취임 후 첫 여름 휴가철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코로나19 위기와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사태 등으로 좀처럼 휴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여름 휴가 계획이 있나’란 질문에 “아직 세우지는 않았다”고 웃으면서 “여러 어려운 상황들이 해소되면 원래는 (이전 대통령들은) 여름 휴가를 저도를 계속 갔다고 하는데 거제도라서, 대우조선 때문에 어떻게 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도 같은날 “대통령은 지금 대우조선 문제도 있고 챙겨야 할 현안이 많아서 아직 여름 휴가를 생각할 여유는 없다”며 “대통령은 일할 때 열심히 하고, 휴가 땐 푹 쉬자는 생각을 하는 분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부 출범 이후 쉼 없이 달려온 대통령이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윤 대통령이 첫 휴가를 반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도 참모들이 휴식을 강하게 권유하고 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보통 7월말~8월초쯤 5~7일씩 여름 휴가를 썼다. 이 기간동안 공식일정 없이 관저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외부로 휴가를 떠났는데 이 경우에는 충북 청주 ‘청남대’나 거제 북단의 섬 ‘저도’를 즐겨 찾았다.
‘남쪽에 있는 청와대’라는 뜻의 청남대(靑南臺)는 전두환 전 대통령 지시로 1983년 준공된 대통령 전용 별장이다. 전두환·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여름 휴가 때 찾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휴가철 뿐 아니라 비공식적인 휴식 장소로도 이 곳을 찾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인 1999년부터 내리 3년간 여름 휴가를 청남대에서 보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남대를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취임 첫 해인 2003년 일반에 전면 개방됐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저도’는 경남 거제시에 있는 섬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 별장지로 사용하다가 박정희 정부 들어서는 공식 대통령 별장지가 됐다.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해대(靑海臺)’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권위주의를 청산한다는 취지로 대통령 공식 별장을 해제했고 거제시로 환원했지만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3년 여름 휴가지로 찾은 곳이기도 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 따라 2019년 저도를 시범 개방했다. 현재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는 일반에 개방돼 유람선으로 관광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전 군 휴양소, 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은 진해 군 휴양소에서 여름 휴가를 보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 IMF 외환위기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로 각각 여름 휴가를 반납한 적 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2021년 각각 일본 수출 규제 사태와 태풍,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여름 휴가를 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