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북한군의 남측 공무원 피살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에 나서 어떤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30일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오는 10월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방한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미 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글로벌 문제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2018년 4월 취임 이후 세 번 방한했다. 마지막 방한은 지난해 6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판문점에서 만날 때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했다.
이번 방한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양국 현안과 북한 문제, 중국 등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최근 발생한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긴장이 최고조로 오른 한반도 상황과 더불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한 논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은 오는 11월에 예정된 대선을 약 한 달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져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짙은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에 맞춰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이 당 창건일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를 선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북측의 도발은 미국 대선에 악재가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관리에 대한 의미도 있다.
아울러 ’10월 서프라이즈설’의 가능성이 제기됐던 만큼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때 대북접촉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금까지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최근 한미, 남북 간의 움직임으로 미루어 ’10월의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나온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하고 한반도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9월 9일과 12일에는 남북 정상간 친서 교환이 이뤄져 정상간 물밑 소통이 있었다는 점도 확인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측에 보내는 메시지로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하지만 10월 서프라이즈가 실제로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강하다. 미국 대선 판세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수해·태풍 피해 복구 등 내치에 집중하고 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일정이 1박2일로 짧은 것을 감안하면 그 기간 북한과의 접촉이 이뤄지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이번 방한에서 최근 서해상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피격 사건이 한미간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은 피격 사건 이전부터 양국이 조율해 온 사안임에도, 관련 사건에 대한 미 당국의 판단 등을 두고 의견을 교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무부는 남측 공무원 사살 사건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24일(현지시간) “우리는 이번 행동에 대한 동맹인 한국의 규탄과 북한의 완전한 해명을 요구하는 한국의 촉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과를 담은 통지문을 남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자 지난 25일(현지시간) “사과는 도움이 되는 조치”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폼페이오 장관이 방한한 다른 목적으로 ‘반중 전선 참여 압박’을 언급한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에 한국의 동참을 촉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한 전 일본을 방문해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등 ‘쿼드'(Quad)로 지칭되는 4개국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한다.
앞서 미국은 우리 측에 중국 견제를 위한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재차 설명한 데 이어 한국을 포함한 ‘쿼드 플러스'(Quad plus) 구상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 입장에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중국 포위전략 속에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인 만큼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한국의 지지와 동참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