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이 “미국이 전 세계 금융서비스 시장 내 지배적 지위를 중국에 빼앗길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폴슨 전 장관은 10일(현지시간)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중국은 세계의 은행이 되고 싶어한다’는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금융 분야 우위를 유지하는 게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우선과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폴슨 전 장관은 “미국 자본시장의 유동성과 규모는 달러화 가치를 뒷받침함으로써 미국인들이 외국상품을 좀 더 싸게 살 수 있게 만드는 한편, 정부의 재정지출도 지원해왔다”면서 “그러나 금융 분야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은 해외로부터의 치열한 경쟁과 근시안적이고 비생산적인 국내 정책 때문에 점점 더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영국·홍콩·일본 등에 뒤처져 있던 중국 본토가 뒤늦게 개방하면서 외국의 일류 금융사들을 유치하기 시작했다”며 “중국이 글로벌 자본 유치에 나선 상황에서 미국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질타했다.
폴슨은 구체적으로 미국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는 중국 등 외국기업을 미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한 ‘외국회사 문책법’이 최근 의회에서 통과된 사실을 “미국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근시안적 행동”으로 꼽으면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폴슨은 해당 법안에 대해 “정치적으론 도움이 될지 몰라도 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차입금을 늘리는 상황에서 중국의 달러 수요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는 미 투자자에게서 급성장하는 중국 경제에 투자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거듭 비판했다.
폴슨 전 장관은 중국에 대해선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고 코로나19 위기를 비교적 빨리 극복해 높은 금리와 위안화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이 때문에 중국 증시에 많은 돈이 흘러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폴슨은 지난달 알리바바 계열의 중국 최대 핀테크 업체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갑자기 중단된 데 대해 “많은 투자자들에게 중국 시장의 위험성을 일깨워줬지만, 동시에 중국이 막대한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앤트그룹은 당초 IPO와 홍콩·상하이 증시 동시상장을 통해 사상 최대인 340억달러(약 36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폴슨 전 장관은 “금융서비스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미국 경제의 핵심 강점”이라며 “미국은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기회를 잘 활용하는 등 중국을 좀 더 현명하게 상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폴슨 전장관은 월가의 사관학교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으며, 2009년 중국과 경제 전략대화를 개설한 주인공이다. 그는 경제 전략대화를 통해 중국과 경제 부분에서 협력하는 등 미국의 대표적인 지중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