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연안을 따라 북상한 열대성 폭풍이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를 순식간에 물바다로 만들었다.
워낙 건조한 지역인 데다 다량의 비가 쏟아진 탓에 100년 만에 강수 기록을 경신한 곳도 등장했다. 별다른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당국은 네바다로 동진하는 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WS)에 따르면 폭풍우 ‘힐러리'(Hilary)의 중심부는 캘리포니아 남부를 지나 네바다주 서부로 이동했다.
힐러리는 한때 허리케인으로 분류됐지만 20일 멕시코 바하 칼리포르니아 반도를 타고 올라오며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됐고, 캘리포니아 남부에 상륙하자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한풀 꺾였다.
그럼에도 막대한 양의 수증기를 머금은 힐러리는 곳곳에 물폭탄을 퍼부었다. CNN 방송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동부에 위치한 휴양도시 팜스프링스에 24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은 109㎜로 연평균 누적 강수량(116㎜)에 육박했다.
인접한 네바다주의 산악지대 리 캐년에는 무려 220㎜가 쏟아져 1906년 종전 최대 강수 기록(110㎜)을 큰 폭으로 경신했다. 매마른 사막지대인 데스밸리 국립공원에도 매우 이례적으로 빗방울이 떨어져 42㎜가 쌓였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캘리포니아 남부 곳곳이 침수됐다. LA 소방은 관내 선밸리 교차로에 고립된 차량 5대를 안전하게 구조했으며 이 외에도 이틀간 1800건의 신고전화에 출동했다고 밝혔다.
팜스프링스를 지나는 10번 주간 고속도로에는 진흙 더미가 쌓이는 바람에 일부 구간이 폐쇄됐고 시내 곳곳은 한때 허벅지까지 물에 잠겼다. 팜스프링스 경찰은 신고전화가 몰리는 바람에 회선이 먹통됐다며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LA 북동부에 위치한 벤투라 카운티에서도 수난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이 출동했다. 특히 벤투라에서는 전날 규모 5.1의 지진까지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 외에도 샌디에이고에서는 불어난 강물에 휩쓸린 9명이 전날 안전하게 구조됐으며 인근 8번 주간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 돌이 떨어져 네바다 방면 도로가 한때 폐쇄됐다.
정전 피해도 잇달았다. LA 전력국은 이날 4만1000세대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지만 저녁부터 대부분 복구됐다고 밝혔다. 홍수로 지하 전력저장소에 문제가 생긴 게 주요 원인으로 할리우드와 베벌리 힐스 일대에서도 정전이 보고됐다.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앞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캘리포니아 남부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주방위군 병력과 급류 구조대원 등 7500명을 현장에 급파했다. 디앤 크리스웰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 행정관은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당국의 권고에 귀를 기울여 자신과 가족을 보호했다”고 평가했다.
폭풍이 지나감에 따라 이날 휴교했던 캘리포니아 일대 학교들은 오는 22일부터 정상 운영될 예정이다. 알베르토 카르발류 LA 교육감은 “시설 피해가 비교적 경미해 개학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