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 맞아 재택근무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예상 외로 많은 국가의 노동자들이 집보다 사무실로 가서 일하는 것을 더 안전하고 편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럽의 노동자들은 일과 생활이 분리가 안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재택근무보다 출근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정부의 일관된 시책과 직장의 안전 조치, 안전한 대중 교통, 저렴한 보육비 등이 있다면 사업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좋다고 답했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인력공급업체 맨파워그룹은 지난 6월 8개 국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노동 형태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주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 노동자들은 직장으로 돌아가기를 꺼리는 반면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 싱가포르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가는 것을 선호했다.
◇ 집보다 직장이 낫다…일과 생활 경계 모호해서 :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노동자들이 경험하게 된 재택근무는 통근에 사용되는 시간과 돈을 절약하고 상사의 눈치를 덜 봐도 되는 매력적인 노동 형태였다.
지난 17일 일본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 매일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다는 비율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재택근무는 장점도 많지만 그림자도 있었다.
많은 국가들 노동자가 여건만 된다면 사업장에 출근하는 것을 선호한 것은 재택근무가 좋은 듯해도 결국 더 많은 시간 노동하게 된다는 점 때문으로 추정된다.
영국 켄트 대학교와 버밍엄 대학교는 최근 공동으로 코로나 록다운(봉쇄) 동안 집에서 일한 것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부모가 아닌 이들의 경우 66%가 앞으로 더 유연 근무(재택근무)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3분의 2가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응답했고 동료들과의 소통이 실종됐다는 답도 많았다. 조사에 참여한 자녀를 둔 여성들의 48%는 또한 록다운 동안 더 바쁘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다른 호주의 설문조사에서는 25%가 재택 근무로 인해 코로나 유행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 일을 했으며 나머지는 평소만큼 일했다고 응답했다.
◇ 영·미와 달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 직장 선호 : 이런 점이 반영된 듯 지난달 모간스탠리의 의뢰로 알파와이즈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영국의 사무실 노동자들은 34%만이 일터로 돌아갔지만 프랑스는 83%가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위험에도 많은 이들이 직장으로 복귀한 것은 사업장을 안전하게 만들려는 기업의 노력이 있었느냐가 관건이었다고 FT는 분석했다.
6월 이후 프랑스 기업들은 미국이나 영국보다 더 확고하게 직원들에게 사무실 복귀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때도 정부는 사무실에서 4평방미터(약 1.21평)의 사회적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경우에만 직원들을 다시 불러올 것을 권고했다.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와 비벤디 같은 대기업들은 직원들의 혼잡을 피하기 위해 일주일에 며칠씩만 직원들을 복귀시켰고 근무 시작 시간을 달리했다. 세계 최대 화장품 그룹인 로레알도 점진적으로 접근해, 6월 중순까지 약 50%의 직원을 복귀시켰다. 6월22일에는 모든 매니저들에게, 7월1일에는 전 직원에게 직장으로 복귀할 것을 요청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대규모 업체 고용주들도 지난달 회사 복귀를 요청하면서 직원들에게 안전장치를 제공하고 있다. 패션기업 몽클레어는 직장에 통근할 수 있는 직원용 자전거를 제공했고 헤지펀드 알헤브리스는 격월로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검사를 제공했다.
◇ 안전한 대중교통과 저렴한 보육료도 관건 : 몽클레어에서 보듯 안전한 대중교통과 저렴한 보육료도 중요한 요소다. 런던처럼 대중 교통에 의존하는 대도시냐 암스테르담처럼 대체 교통을 더 많이 사용하는 곳이냐가 다르다는 말이다. 유럽과는 달리 보육료가 많이 드는 미국은 사무실과 직장으로의 복귀도 지연되고 있다.
FT는 당신이 어디 사느냐가 결국 재택이냐 사무실 근무냐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요약했다. 불안전한 대중 교통을 이용하고 출퇴근 시간이 많이 걸리는 대도시에 산다면 재택근무를 선호하지만 안전하게 가까운 직장을 다녀올 수 있다면 굳이 재택근무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춘 셈법에 따라 노동자들과 기업이 유연하게 노동 형태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면서 이런 이유로 미래의 주요한 노동 형태가 어떤 것이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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