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서 시작된 백악관발 감염이 국방부로까지 번졌다. 마크 밀리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찰스 레이 미 해안경비대 부사령관 등 국방부 최고위급 간부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육·해·공 합참의장 7명 중 6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다.
11일(현지시간)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지난주 밀리 합참의장과 레이 부사령관, 해병대 2인자 게리 토마스 장군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후 합참 대부분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격리 중이다.
확산 진원지로는 레이 부사령관이 참석했던 군 수뇌부급 회의가 지목됐다. 레이는 지난달 27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전사자 가족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감염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던 곳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졌다는 우려를 내놨지만, 국방부는 ‘문제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더힐은 지적했다.
코로나19에 걸려 자가 격리 중인 밀리 합참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나와 합참은 격리돼 있는 동안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유지하고 있고, 지휘 체계도 그대로 남아 있다”면서 “우리나라를 효과적으로 지키기 위한 우리의 능력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재키 스피어(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합참이 격리돼 있는 동안 원격으로 지시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군 지도자들 중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라며, 이번 사태로 군사 준비 태세에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피어 의원은 코로나19 시국에 단체가 모인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레이 부사령관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백악관 행사에 참석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의 국방 예산전문가 매킨지 이글런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민과 우리 군사 기구의 안보를 계속 고위적으로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많은 군 고위 관리들이 코로나19에 걸리거나 또 다른 고위층 발병이 있을 경우 의회는 물론 대중들도 질문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행정부는 이 사태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거리두기를 지켰나. 마스크를 쓰고 있었나”라고 지적했다.
미군은 앞서 3월에도 핵추진 항공모함 USS 시어도어 루스벨트호(CVN 71) 승조원 1100명 넘게 코로나19에 걸리는 등 대규모 파동을 겪었다. 국방부는 당시에도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우고 사태를 은폐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