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김민성 기자,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을 18일 제명했다.
이낙연 대표가 당 윤리감찰단을 출범, 김 의원을 조사 대상에 올린지 단 이틀만이다. 이같은 속전속결 제명 결정에는 이 대표의 원칙론과 부동산 투기의혹에 대한 소명을 꺼리는 김 의원의 태도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최기상 윤리감찰단장으로부터 긴급 보고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오후 5시에 비공개 최고위를 긴급 소집했다. 이를위해 종로 통인시장 방문 일정도 기존 오후 4시20분에서 3시40분으로 변경했다.
통인시장 일정을 마치고 국회에 복귀한 이 대표는 최 단장으로부터 ‘김 의원이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성실히 소명하지 않는다며 제명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았다.
이 대표는 긴급 최고위에서 당의 기풍 쇄신과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 여론,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해서 특별대우를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
평소 ‘엄중 낙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당 기강을 다잡고, 기민한 대응을 강조해온 이 대표의 원칙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추석 명절을 앞두고 당내 의원들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이 밥상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로도 관측된다.
또한 김 의원 본인도 제명을 직접 요청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김 의원이 구차하게 조사를 받느니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논의한 결과 김 의원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당규 가운데 ‘비상징계’ 조항을 근거로 김 의원에 대한 제명 처분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당대표는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 사유가 있거나, 그 처리를 긴급히 하지 않으면 당의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인정할 경우 징계 결정 및 징계 절차, 소명에도 불구하고 최고위 의결로 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최 수석대변인은 “윤리감찰단이 김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 바 감찰 업무에 성실히 협조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부동산 다보유로 당의 품위를 훼손했다”며 “이에 당대표는 제10차 최고위를 긴급 소집, 의견을 거쳐 김홍걸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다. 최고위는 비상징계 및 제명에 필요성에 이의없이 동의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21대 총선 전 후보자 재산신고 당시 10억원대 분양권 등을 누락해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에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2016년 주택 3채를 잇달아 구매한 사실 등이 알려져 투기 의혹이 일었다.
당의 제명 조치에 따라 김 의원은 향후 의원직을 유지한 채 무소속으로 활동하게 됐다. 앞서 민주당에서는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비례대표 당선된 양정숙 의원 역시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제명된 바 있다.
김 전 대통령과 정치인생을 함께한 동교동계 의원들도 김 의원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지만 제명은 불가피했다는 분위기다.
동교동계 등 일부 의원들이 김 의원에게 윤리감찰단의 조사를 성실히 받으라고 설득했지만, 김 의원이 조사에 강한 부담을 느끼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동교동계 인사인 설훈 의원과 김한정 의원이 전날 김 의원을 직접 만나 부동산 관련 의혹을 물었지만 제대로 된 해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자가 분양권을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것과 부동산 자금 출처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지만 김 의원 본인도 당의 조사에 응할 의지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설훈 의원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이미 쏟아진 물”이라며 “어제 만났는데 김홍걸은 무조건 당의 처분에 맡기겠다고 하더라. 본인도 초선이라 뭘 모르고 보좌진도 다 초짜라 이렇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김 전 대통령의 총재 시절 공보 비서로 정치권에 입문한 김한정 의원은 이날 오전 김 의원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결단을 내려달라”며 공개 비판했다.
김한정 의원은 “기다리면 피할 수 있는 소나기가 아니다. 김홍걸 의원이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탈당 등을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사실상 의원직 사퇴 요구로도 해석됐다.
김 의원은 “지금 김홍걸 의원이 처한 사정에 대해 변호하고 옹호할 수 없는 상황이 한탄스럽다”며 “집을 여러채 구입했는데 납득할 설명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를 존경하고 따르던 많은 분들의 실망과 원망”이라고도 했다.
한편 김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원은 제명 결과를 보고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실히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당의 브리핑은 말도 안 된다”며 “당의 조사가 들어온다면 최선을 다해 응하고 조사를 거부하거나 피할 생각도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