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여지를 열어둔 지 하루 만에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과의 대화 의지도 밝혔다. 윤 대통령의 잇따른 전향적인 태도에 전공의 집단행동 사태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2일 언론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의료계 단체들이 많지만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전공의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달라고 호소했고, 동시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는 윤 대통령이 초대할 경우 조건 없이 만나달라고 요청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의대 정원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오던 윤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담화를 51분간 진행하며 의료계 설득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2000명 증원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도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고수해 왔던 2000명 증원에 대한 조정 여지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틀 연속 대화의 손길을 내밀면서 의료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대통령이 직접 대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의료계도 그동안 밝혀온 입장만 되풀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통일된 안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2000명 증원 철회에 대한 입장도 강하다.
이날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대전성모병원 인턴)였다가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지난 2월 병원을 떠난 류옥하다 씨는 지난달 29일부터 전날(1일)까지 전공의 및 의대생 158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1050명(66%)은 수련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531명(34%)은 전공의 수련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에는 전체 전공의 1만2774명과 의대생 1만8348명 가운데 5.08%인 1581명이 참여했다. 수련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응답자 중, 수련을 위해 선행돼야 할 조건으로 의대 증원·필수의료패키지 백지화를 꼽은 인원은 93%나 됐다.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가 입장 차이를 어떻게 좁혀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조윤정 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대통령실의 2000명 논의 여지에 대한 질문에 “이 숫자를 굳이 지금 논의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변한 게 없다면 전의교협도 기존의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대화의 테이블이 될 수 있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국민, 정부, 의료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 형태로 출범시킬 방침이다. 특위 위원장을 민간에서 맡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위 구성에 대해 “여러 대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