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팔레스타인을 유엔 정회원국으로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미국의 반대로 불발됐다.
알자지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을 종합하면 안보리는 18일(현지시간) 오후 5시부터 전체 회의를 열고 알제리의 요청으로 팔레스타인의 유엔 회원국 가입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이날 알제리는 투결에 앞서 팔레스타인에 국가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평화를 향한 근본적인 조치”라며 “정의를 재정립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표결에서는 12개국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결의안이 부결됐다. 영국과 스위스 등 2개국은 기권표를 행사했다.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며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안보리는 당초 오는 19일 이번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앞당겨져 이날 표결이 진행됐다. 만일 이날 결의안이 통과됐다면, 안건은 유엔 총회로 넘어가 193개 회원국 중 3분의 2의 동의를 얻는 절차로 이어질 예정이었다.
그간 미국은 안보리 표결을 앞두고 반대 입장을 시사했고, 안보리 15개 이사국을 대상으로 결의안을 거부하는 데 동참하도록 로비를 벌여왔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결의안 표결 관련 질문에 “우리는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안보가 보장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로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통해서만 지속가능한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유엔이 1947년 제정한 이른바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이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를 인정하고 영토에서 공존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파텔 수석 부대변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직접 협상하는 것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향한 가장 신속한 길이라는 것이 여전히 우리의 관점”이라며 “뉴욕(유엔)에서 성급한 행동은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한 국가 지위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스라엘의 안보와 민주주의 유대 국가로서의 미래를 보장하는 다른 길은 없었다”면서 “신청국(팔레스타인)이 국가로 간주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는지에 대해서는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당국에 국가 지위를 위한 개혁에 착수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테러 조직인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여전히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중동 국가들은 미국의 비토권 행사에 유감을 표명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성명을 내고 “미국의 거부권 행사가 “부당하고 비윤리적이며 정당하지 않다”고 규탄했다.
이집트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승인은 중요한 조치”라면서 “팔레스타인 국민의 고유한 권리”라고 밝혔다.
또 팔레스타인이 유엔의 완전한 회원국 지위를 얻는 것을 막는 행위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최종적이고 정의로운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모든 당사자를 도와야 하는 국제사회의 법적, 역사적 책임과 일치하지 않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이 결의안이 상정된 것 자체가 ‘수치’라면서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치켜세웠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습이 반년이 지났는데도 유엔 안보리가 하마스의 끔찍한 범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내놓지 못한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알자지라는 “이날 팔레스타인은 표결에서 압도적인 찬성을 얻었다. (미국의 파트너 또는 동맹국인) 에콰도르, 한국, 일본, 프랑스가 결의안에 찬성한 것은 미국이 관련 문제에 대해 얼마나 고립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다만 알자지라는 “미국이 입장을 선회하지 않는 한 팔레스타인이 유엔 정회원국이 될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다. 현재로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은 가까운 시일 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