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산 위기에 처했던 1990년, 부친이 치매증세를 보이는 것을 알고 유언장을 바꿔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친인 프레드 트럼프가 공식 치매 진단을 받기 전 부동산의 대부분을 자신이 상속받도록 공작을 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인 메리 트럼프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는 85세였던 부친이 치매증세를 보이는 것을 알고 자신의 회계사와 변호사를 보내 유언장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고치도록 종용했다고 한다.
당시 트럼프는 6개의 자회사가 도산 위기에 놓여 채권자들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었고, 첫 부인 이바나와의 이혼으로 10억달러 재산분할 소송에 직면한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인 메리 트럼프는 유언장을 부동산 전문 변호사였던 남편 존 배리에게 보여줬을 때 남편은 “이런 제기랄. 유서는 사실상 재산 전체를 도널드에게 넘겨준다는 내용이었다”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왼쪽)과 부친인 프레드 트럼프 시니어. © 뉴스1 |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형제들과의 법정 다툼에서 1990년 부친의 유언장 변경 당시 “아버지는 의식이 매우 뚜렷했다”며 “당시 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의료기록에 따르면 프레드 트럼프는 당시 자신의 생일이나 30분 전에 들은 내용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증세가 악화된 상태였다. 프레드 트럼프는 유서 변경 몇 달 뒤 병원에서 ‘초기 치매’를 공식 진단받았다.
트럼프의 조카딸 메리는 WP에 “아버지의 뜻을 불법적이고 비밀리에 변경한 것에서 볼 수 있듯, 도널드의 비윤리적 행동엔 한계가 없다”면서 “그렇게 이득을 취한 그는 친형제들에게 사기를 치고 아버지를 속인 것에 대해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도널드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에겐 도덕적, 윤리적 의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저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WP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낡은 뉴스”라고 일축했다.
메리 트럼프는 지난 7월 ‘넘치는데 결코 만족을 모르는'(Too Much and Never Enough)을 출간한 뒤 트럼프를 연일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가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 들어가기 위해 돈을 주고 SAT 대리시험을 보게 했다는 주장도 이 책에서 나왔다.
메리 트럼프는 지난 24일 뉴욕주 법원에 트럼프 대통령과 고모인 메리앤 트럼프 배리, 고인이 된 삼촌 로버트 트럼프를 고소하기도 했다. 이들이 자신과 친척들을 상대로 수천만 달러 규모의 유산 사기를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과 2017년 납부한 소득세가 1500달러(약 176만원)에 불과하고, 최근 15년 중 10년 동안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