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공식 출범을 앞둔 가운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가 한국과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문제를 빠른 시간 내 마무리하겠다고 언급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방위비 인상 압박으로 장기간 표류해온 한미 SMA 협상이 ‘합리적 인상 수준’에서 마무리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스틴 지명자는 이날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미 연방의회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 자료에서’미국과 한국의 SMA 해결의 중요성’에 대한 질문에 “인준이 되면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의 현대화에 초점을 둘 것이고,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과의 비용(방위비) 분담 협상의 조기 타결을 추진하겠다”라고 답했다.
한미는 2020년부터의 방위비분담금을 결정할 11차 SMA를 체결해야 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9년 분담금 1조389억 원보다 13%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50% 인상을 요구하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 방위비 협상이 지지부진한 탓에 지난해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4000여 명의 ‘무급휴직’ 사태를 빚기도 했다.
오스틴 지명자는 이날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 방안 및 인상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발언 내용으로 비춰볼 때 신임 행정부 출범 후 이른 시일 안에 협상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방위비 분담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재정지원을 가리킨다. SMA를 통해 분담금 규모가 정해지고 매해 집행이 이뤄진다. 구체적 항목으로는 △주한미군의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이 있다.
SMA은 1991년부터 시작해 2019년까지 총 10차례 체결됐다. 한미 당국은 11차 SMA 논의를 위해 2019년 7월 이후 7차례에 걸쳐 공식 협상을 진행했지만, 인상폭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무리한 요구를 한 전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합리적 수준 인상안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동맹 갈취’로 규정하고,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훼손된 동맹관계의 복원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과거 SMA를 보면 전년 대비 인상률은 △8차(2009년) 2.5% △9차(2014년) 5.8% △10차(2019년) 8.2% 등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방위비 협상에서 대폭 양보할 것이라는 기대는 오산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동북아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역내 동맹국의 안보비용 분담 필요성은 민주·공화당을 막론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국 민주당이 집권하거나 다수당일 때 방위비 협상이 더 어렵다. 민주당 정부가 오히려 비용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접근하는 편”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대로 미국이 요구를 들어준다는 것은 낙관적인 기대”라고 말했다.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김정섭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방위분담금 협상의 쟁점과 과제’ 글에서 “국내 경제 상황의 어려움과 중국과의 국력 격차가 좁혀지는 초조함 속에서 미국은 갈수록 동맹국들에게 안보비용 분담을 강조할 것”이라며 “따라서 한국 정부는 치밀한 논리와 거시적 시각을 바탕으로 미측과 방위비 분담 협상에 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