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한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우리 경제에 기회와 위협 요인이 모두 뚜렷한 ‘양날의 검’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정부는 전임 트럼프 정부보다 자유무역 기조에 가깝기에 우리 같은 수출 중심 경제에 유리하다. 교역 불확실성이 줄기 때문이다.
반면 미·중 갈등 2차전에 따라 한국 경제가 양대국 간 ‘새우등’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경·노동 규제 강화와 여전한 미국 우선주의도 부담이다.
바이든 취임으로 향후 펼쳐질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바이든식 경제)는 △대규모 경기부양 등 ‘큰 정부’ 지향 △보호무역 완화 △동맹주의의 부활 △환경·노동 규제 강화 등 특징을 띠게 된다.
이 중 2개가 우리 경제에 이득을, 나머지 2개가 손해를 안길 걸로 분석된다. 절반은 득, 절반은 실인 셈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이드노믹스에 대한 이 같은 전망은 신임 정부가 트럼프 정부보다 자국중심 기조를 완화하면서도, 보호무역 기조를 완전히 놓지 않은 탓이다.
즉, 트럼프 정부가 미국우선·고립주의만을 무기로 들었다면 바이든 정부는 이 전략을 일부 남기면서도 과거의 전통적인 전략을 유리할 때마다 바꿔들 것이란 얘기다. 이로써 바이든 정부는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대중 견제와 국제 공급망(가치사슬·VC) 재편을 실현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활한 미국의 ‘큰 정부’…2100조원 쏟아낸다
새 미국 정부의 우선 과제는 단연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난 극복을 위해 1조9000억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예산안을 의회에 제안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우리 경제 전반에 호재다. 단순하게는 미국 내 소비가 늘고 국제 교역이 회복돼 수출이 늘어나며, 개별 산업 단위로도 에너지·배터리 등 달러가 투입되는 분야의 기업에는 성장 기회가 생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금융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미 대선에 따른 경제파급’ 발표를 통해 “바이든 정부가 재정 부양책을 쓰고 중국과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재정을 살포,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원화 강세로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우려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실물경기가 회복되고 물가가 오르면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부채와 외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자 무역주의 회귀…’수출·삼천피’에 호재
바이든 정부가 공언한 다자무역주의 회귀는 글로벌 교역 환경을 개선할 전망이다. 전임 트럼프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국제 관례에 어긋난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통상 분야의 불확실성을 키워 왔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 국회에 오래 몸담은 민주당 주류 인사로, 안정된 전통적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국의 수출은 물론이고 국내 증시 또한 혜택을 보게 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예측 가능성 높은 다자 무역질서 속 발전한 한국 경제 입장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 국제무역 질서를 존중하겠다는 바이든 통상 정책은 유리한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해 11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바이드노믹스로 한국 수출 증가율이 연평균 0.6~2.2%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1~0.4%포인트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깨어난 동맹주의…선택 기로 놓인 한국
물론 바이드노믹스가 무조건 한국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미국이 고립주의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과거 동맹주의가 다시 움튼다는 뜻이고, 이는 한국이 미·중 가운데 누구 편인지를 보다 확실히 내비쳐야 한다는 뜻이 된다.
문종철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바이든은 중국을 견제하고자 동맹국과의 결속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 선택 기로에 설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해득실을 잘 따져 입장을 정리해 놔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트럼프가 관세 등 직접적인 제재로 중국을 견제했다면, 바이든은 동맹국과의 연대를 활용하는 더욱 외교적인 방식을 차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미국은 초거대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재가입하며 중국을 고립시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CPTPP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4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 FTA가 된다.
한국이 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아직은 농업 피해 등 넘을 산이 많다. 이에 송 위원은 “CPTPP에서 배제돼 발생하는 부정 효과를 고려할 때 최소 중국보다는 먼저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환경·노동 규제↑…’자국우선’ 그림자는 남는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보다는 자유무역을 신봉하되, 전통 미 공화당 수준의 자유무역 기조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바이든 또한 자국 이익을 위해 무역 상대국에 규제를 가할 것이라는 뜻이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정부에서도 미국산 우선구매 정책인 ‘바이 아메리카’ 정책은 트럼프와 동일하다”면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논란의 여지가 많은 무역확장법 232조, 301조 등 신규 조사보다는 전통적이고 표적화된 반덤핑·상계관세와 같은 무역구제제도를 선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국제규범에 잘 들어맞는 ‘환경과 노동’ 기준을 갖고 비관세 무역장벽을 설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유철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내세운 다자 체제, 재정지출 확대, 친환경 정책은 총론적으로 기회요인으로 보이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중국 압박 지속, 환경규제 강화, 미국산 구매 등 장벽이 적잖다”며 “철저한 분석과 선제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