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북한이 서해상에서 실종됐다 북한 지역으로 들어간 우리 국민을 사살한 사건에 대해 “미안하다”라는 이례적 사과를 했다.
25일 청와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통일전선부 명의로 우리 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우리 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하여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괴로운)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미안하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이 같은 언급을 문서화시켜 이를 우리 측에서 공식 발표하도록 한 것은 북한 나름대로의 ‘진정성’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밝힌 사건의 경위는 우리 측 군에서 파악한 내용과는 다른 측면이 많다. 특히 A씨의 월북에 대한 언급이나 사망 후 시신에 대한 처리 문제는 군의 발표와 상이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단순히 이번 사건에 대한 유감이나 사과 표명을 위해 이 같은 행보를 보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군의 발표 내용으로만 보면 북한은 월북 의사가 있는 남측 민간인을 무참히 사살한 뒤 시신을 훼손한 것이 된다. 때문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이른바 ‘정상국가’로 각인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던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결과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격적인 사과와 일부 경위에 있어 차이를 보이는 내용을 언급하며 비난을 피하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다.
또 청와대가 이날 전격적으로 밝힌 대로 남북 정상이 이달 초 서한을 교환하며 경색됐던 남북관계에 ‘숨통’을 트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것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북한은 올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맞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 위기를 극복하는 차원의 이벤트를 벌일 예정이다.
동시에 북미 간 ’10월의 서프라이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를 앞두고 남북 정상 간 서한 교환이 이뤄지고 한미 고위급 연쇄 접촉 등이 예정된 것은 한반도에서의 대화가 다시 전개될 가능성을 내포하는 행보다.
따라서 북한은 지난 2018년 비핵화 대화처럼 경제적 성과를 염두에 둔 대화 국면 전개 가능성을 앞두고 상황 관리 차원의 행보를 보였을 수도 있다.
다만 여전히 미진한 점도 남아 있다.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 측이 요구한 사과와 재발방치책 마련에는 응해왔다. 또 사건 경위 파악에 대해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소상히 전말을 밝히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사망한 A씨의 월북 시도 여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북한은 1호의 메시지가 담긴 이날 통지문에서도 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A씨의 시신이 사라져 찾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시신을 찾기 위한 노력을 했다거나, 합동 수색 등 관련 노력을 기울일 의지는 밝히지 않았다. 전격적인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과’에도 여전히 북한의 진의를 의심하는 시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