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 “지금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안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고, 정권과 대립해 온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란 평가를 하며 ‘끌어안기’를 시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사면 문제에 대해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비록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엄청난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정농단이나 권력형 비리로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면서 “하물며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저 역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아마도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면서도 “그에 대해서도 대전제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문 대통령에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사면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문 대통령이 일단 선을 그으면서 특사 논란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추 장관은 지난해 12월 사상 최초로 검찰총장 징계를 제청하는 강수를 뒀지만, 법원이 윤 총장의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징계는 사실상 불발됐다.
윤 총장은 오는 7월까지 예정된 임기를 마치게 됐고, 이에 청와대가 추 장관의 ‘몰아내기’를 방조 혹은 묵인했다는 정치적 책임론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말하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와 검찰은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놓고 함께 협력해나가야 할 관계인데 그 과정에서 갈등이 부각된 것 같아 국민들께 정말 송구스럽다”며 “지금부터라도 법무부와 검찰이 함께 협력해서 검찰개혁이라는 대과제를 잘 마무리하고 더 발전시켜나가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했다.
또 두 사람 간 갈등 상황에서 대통령의 역할이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에 “(대통령이 마음대로 인사를 할 수 있던) 그런 시대가 (국민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때로는 갈등이 생긴다 해도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감사원의 월성 원전1호기 감사나 검찰의 원전 관련 수사에 대해서도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감사원의 독립성, 검찰의 중립성을 위해서 감사원의 감사나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지금까지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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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황학동 시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축년(辛丑年) 기자회견을 TV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2021.1.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그간 정부 정책 중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아온 부동산 대책에 관해서는 “그동안 부동산 투기에 역점을 두었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첫 공개 사과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에서 과거 정부보다 주택공급을 많이 늘렸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를 잘 차단하면 충분한 공급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세대수가 급증하면서 우리가 예측했던 공급의 물량에 대한 수요가 더 초과하게 되고, 그것으로 결국 공급 부족이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부추긴 그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단의 부동산 공급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수도권 특히 서울 시내에서 공공부분의 참여와 주도를 더 늘리고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절차를 크게 단축하는 방식으로 공공 재개발, 역세권 개발, 또 신규택지의 과감한 개발 등을 통해서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공급을 특별하게 늘리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노바아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 시기와 관련한 정부 책임론은 부인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총 5600만병분의 백신물량을 확보했고, 다음 달부터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 백신은 충분히 빨리 도입이 되고 있고 충분한 물량이 확보가 됐다”며 “집단면역 형성시기(10~11월)를 놓고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은 결코 늦지 않고 오히려 더 빠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백신에 대한 국민 불안에 대해 “식약처에서 한국 기준에 따라 안전성을 다시 심사한다. 국민들은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모든 백신은 가벼운 통증부터 시작해 보다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런 경우에 우리 한국 정부가 전적으로 부작용에 대해서 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 해소를 위한 ‘우선 접종’ 의사를 묻는 질문에 “솔선수범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저는 그것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낙연 대표가 도입을 제기한 ‘이익공유제’에 관해서는 “전제는 제도화해서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민간 경제계에서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운동이 전개되고 참여하는 기업에 국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권장해 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에 대해선 “4차 재난지원금 말하기에는 정말 너무나 이른 시기”라고 말했다.
다만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보편·선별 지급 논란에 대해선 “4차 재난지원금도 당연히 그분들에게 더 두껍게 지원하는 선별지원의 형태가 맞다”며 “본격적인 소비 진작이나 오랫동안 고생한 국민에게 사기진작의 차원에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는 (보편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법원에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직원 성추행 의혹이 인정된 데 대해서는 안타깝다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피해자의 피해사실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고, 그 이후의 여러 논란의 과정에서 이른바 2차 피해가 주장되는 상황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박원순 시장이 왜 그런 행동을 했으며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하는바”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이 문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자치단체장의 귀책사유가 궐위가 될 경우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개정하는 데 대해서는 “당헌은 우리 헌법이 고정불변이 아니고 국민의 뜻에 의해 언제든지 개정될 수 있듯이 당헌도 고정불변일 수는 없다. 민주당 당원들이 당헌을 개정하고 후보를 내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존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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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부동산 업자가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생중계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이번 기자회견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온·오프라인 화상 연결 방식으로 개최됐다. 2021.1.1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이날 회견에서는 남북관계와 외교에 관해서도 질문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평화, 대화,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그 대신에 미국으로부터 확실하게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도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 출범으로 북미 대화, 남북 대화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며 “그렇게 될 경우 그 대화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이뤘던 성과를 계승·발전시켜 나가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핵을 증강한다거나 여러 가지 무기 체계를 더하는 부분도 결국 비핵화와 평화구축 회담이 타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며 “비핵화를 비롯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가 성공적으로 타결된다면 그런 부분도 다 함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문제가 미국의 외교 문제에서 후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와 관련, “수출규제, 강제 징용 판결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에 위안부 판결 문제가 더해져서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과거사는 과거사이고, 한일 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 모든 문제를 서로 연계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다른 분야 협력도 멈춘다는 태도는 결코 현명하지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일본 기업 자산이) 강제집행 방식으로 현금화되거나 판결이 실행되는 방식은 한일 양국간 관계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원고들이 동의할 방법으로 양국 정부가 합의하고, 그 방안으로 원고들을 최대한 설득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지난해 무산된 시진핑 국가 주석의 방한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조기 방한이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 국가이고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할 관계”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