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은 4일(현지시간) 느리게 진행되는 유럽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면서 독일과 덴마크가 첫 번째 백신을 맞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두 번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늦추려는 영국의 계획을 따라갈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은 지난달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BNT162b2’을 승인한데 이어 최근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AZD1222’를 승인해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했다.
◇백신 공급 부족으로 2차 접종 대신 다른 사람에 접종
두 백신 모두 2회에 걸쳐 투약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영국 당국은 두 번째 투여 기간을 11주~12주까지 늘려 그동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독일 보건 당국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가디언은 옌스 스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독일 내 질병통제기관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에 두 번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연기하는 조사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현재 독일 정부가 충분한 코로나19 백신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백신 접종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독일 의료진은 이 같은 정부 조치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리프 에릭 샌더 베를린샤리테병원 백신연구 팀장은 “현재 백신 부족과 독일 내 (코로나19) 감염자 및 입원환자 수가 매우 많은 것을 고려했을 때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더 일찍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독일뿐 아니라 덴마크 보건당국 또한 4일 영국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백신접종 간격을 넓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덴마크 보건부는 첫 번째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3주~6주 간격을 두고 두 번째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현재까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사용 승인을 허가받은 백신은 BNT162b2다. BNT162b2는 첫 번째 백신 접종 후 두 번째 접종까지의 짧은 기간 중에도 90%에 달하는 백신효과를 보였다. 이를 근거로 일부 과학자들이 백신 접종 간격을 늘려도 괜찮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EMA는 4일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간격을 허용된 42일~6주를 준수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백신이 허가를 받은 조건을 변경하지 않고 임의로 변경해서 투약할 경우 허가 외 약물을 뜻하는 ‘오프라벨 사용’으로 간주돼 백신 업체들이 그 책임에서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주 내로 미국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mRNA-1273’이 EMA로부터 추가로 허가받을 경우 이러한 상황을 어느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반대입장, 대신 백신 용량 줄이기 연구
반면 유럽과 달리 미국은 백신 접종기간을 늘리는 것이 아닌 용량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사업인 워프스피드작전(OWS)의 몬세프 슬라우이 수석고문은 지난 3일(현지시간) 언론을 통해 모더나 백신 1도스(1회 접종량)를 절반씩 나누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슬라우이 고문은 지난달 23일 기자 브리핑에서도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미국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용량을 줄여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었다.
현재 mRNA-1273이 허가받은 100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그램)씩 2회 투여를 50㎍으로 줄여 공급량을 2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mRNa-1273이 임상시험 중 피험자군에서 50㎍과 100㎍ 용량이 실질적으로 효능에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미국 보건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코로나19 백신 약 1400만도스가 배포됐으나 실제 접종 인구는 2일 기준 약 420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