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제작한 무인 달착륙선 오디세우스(Odysseus)가 23일 달 궤도에서 하강해 1시간 만에 달 표면에 착륙했다. 민간기업이 달 착륙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으로서는 1972년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마지막 유인 달 탐사 이후 52년 만에 맞는 달 착륙이다.
그러나 연착륙(soft landing) 최종 성공 여부는 통신 문제로 반나절 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오디세우스가 지상에 기립한 만큼 동체 역시 온전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동체를 찍은 사진을 지상 관제소에서 받아봐야 달 표면 탐사가 가능할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8시23분쯤 달 남극 인근 말라퍼트 A 분화구 일대에 착륙했다. 팀 크레인 인튜이티브 머신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생중계에서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 장비가 달 표면에 있고 신호를 송신 중”이라고 밝혔다.
빌 넬슨 나사 국장도 생중계에서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미국이 달에 돌아왔다. 오늘은 나사의 민간 파트너십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준 날”이라면서 “위대하고 대담한 임무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다.
다만 송신된 신호 강도가 미약한 탓에 착륙 후 오디세우스의 정확한 위치와 상태는 아직 불분명하다. 당초 오디세우스는 착륙 직전 외부에 카메라(eagle cam·이글 캠)를 쏘아 올려 착륙 전후 동체 상태를 3인칭 시점으로 촬영하고 동시에 지상으로 사진을 전송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착륙 이후 6시간 넘게 관련 사진이 수신되지 않고 있다.
전직 나사 과학임무국 부국장 토마스 쥐르비헨은 착륙선이 분화구나 바위에 가로막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쥐르비헨은 이날 로이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때로는 큰 바위 하나도 통신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면서 “착륙 성공은 중요한 중간 목표이지만, 결국엔 탐사 임무를 수행하고 사진을 지상으로 보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사실 통신 문제는 착륙 직후에도 연구진들을 괴롭혔다. 예정됐던 착륙시간인 8시23분이 지났지만 지상 관제소는 오디세우스와 교신을 하지 못했다. 약 15분간 침묵을 지키던 끝에 크레인 CTO는 “희미한 신호를 받았다”며 착륙 성공 사실을 알렸다. 그제야 관제소에 있던 연구진들은 박수를 치고 서로를 껴안으며 착륙을 축하했다.
이후 2시간 만에 오디세우스가 지상 기립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엑스를 통해 “오디세우스가 똑바로 서서 데이터를 송신하고 있다”면서 “달 표면에 있는 오디세우스가 보낸 이미지를 다운로드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글 캠 제작에 관여한 관계자는 이날 AFP에 관련 이미지가 미 중부시간으로 23일 오전(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중으로 공개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디세우스의 지상 기립으로 일단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달 착륙선 슬림(SLIM)과 같은 전철은 밟지 않게 됐다. 지난달 20일 달에 착륙한 슬림은 오차범위 100m 이내 핀포인트에 도달했지만, 서쪽으로 뒤집힌 채 착지하는 바람에 태양광 패널이 정상 작동되지 않았다. 오디세우스 역시 태양광 패널로 동력을 얻는다.
이번 착륙에는 나사의 자동항법장치 NDL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NDL은 레이저를 사용해 착륙선과 달 표면과의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해 속도 조절과 정확한 착지를 돕는 장치다. CNN 방송에 따르면 이날 달 궤도에서 하강을 시작하기 전 오디세우스의 자체 자동항법장치에 문제가 생겨 직원들은 11시간 넘게 씨름해야 했다.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이를 NDL로 대체하면서 파행을 막을 수 있었다.
연착륙은 오디세우스가 풀어야 할 최대 난관이다. 달에는 낙하산을 지탱할 대기가 없어 오직 엔진 제어만으로 시속 6400㎞에 달하는 초기 하강 속도를 서서히 줄여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달과 충돌하게 된다. 민간 차원에선 2019년과 2022년 각각 이스라엘과 일본 기업이 ‘민간 1호’를 목표로 무인 달 착륙을 시도했으나 과속 하강으로 달 표면과 충돌해 무위에 그쳤다.
동체에 문제가 없다면 오디세우스는 앞으로 7일간 착륙 지점이었던 달 남극 인근 말라퍼트 A 분화구를 누비며 달의 지형과 자원, 잠재적 위험 등을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다. 달은 낮과 밤이 14일 주기로 바뀌는데, 밤이 되는 31일부터는 착륙선의 태양열 집열판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그 전에 임무를 마쳐야 한다.
말라퍼트 A 분화구에는 얼음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사는 앞으로 이 얼음을 우주비행사의 식수와 우주선 연료로 사용해 달을 화성 탐사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나사는 2026년으로 예정된 유인 달 탐사에 사용할 장비 배송 업무를 맡기고자 인튜이티브 머신스에 총 1억1800만달러(약 1500억원)를 지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