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과 일본에 핵 억지력을 둘러싼 새로운 상설 협의체 창설을 타진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8일 보도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한일 양국과 핵 전력 관련 정보 공유를 강화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핵우산’을 포함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요미우리는 복수의 미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 일본 정부는 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도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의 핵억지력을 둘러싸고 미국과 일본 간에는 외교-국방당국 차관급 협의가 있고, 한국과 미국 간에도 차관급 협의가 존재한다.
◇요미우리 “3국이 상설 운영, 양자협의보다 격 높여”
요미우리신문은 새로운 협의체와 관련해 “3국이 상설로 운영하며, 양자 협의보다 격을 높여 핵 억지 정책에 대한 논의를 심화하고 미국의 핵전력을 둘러싼 정보 공유를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는 냉전 시기인 1966년 창설된 핵 억제를 둘러싼 각료급 협의체인 ‘핵계획그룹’ 그룹’이 있는데, 미국 정부는 나토의 구조를 참고해 한일 협의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라이 라트너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2일 한 강연에서 “(대북 핵 억제를 위해) 새로운 협의 메커니즘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며 “전략적 작전과 계획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핵억제 관련 한미일 협의체 개설에 나선 건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불안감이 동맹국으로 확산하는 것에 대한 위기감의 표출이라고 요미우리는 해석했다. 미국은 한일관계 개선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에 맞서는 결속을 위해 한미일력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풀이했다.
다만 핵 억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입장은 미묘하게 다르다고 요미우리는 지적했다. 한국은 실질적인 핵 억지력 구축을 위해 유사시를 대비한 구체적인 핵 사용 협의에 관심을 보이는 반면, 일본은 유일한 피폭국이자 총리가 전쟁 폐기를 내세우고 싶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핵 사용 결정에 더 깊이 관여하는 것은 피하고 싶어 한다는 설명이다.
이 매체는 “한일은 북한에 대해서는 안보상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는 반면, 핵 군비 확장을 급속히 추진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경제 의존도 등이 강한 한국과 미일 간의 온도차가 있다”면서 “안정적이고 기능적인 협의체가 되려면 조정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韓 고위당국자 “한미, 효과적인 작동 메커니즘 도출 위한 협의 진행”
정부 고위당국자는 해당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고위당국자는 이날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아는 바가 없다”면서 김성한 대통령실 안보실장 방미 계기에 미측과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가지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가지 다양한 협의체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보다 효과적인 작동 메커니즘을 도출하기 위해 상당히 밀도 있는 협의를 진행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김 실장은 지난해 9월 하와이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및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3자 협의를 가진 뒤 확장억제와 관련한 한미일 3국간 논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김 실장은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차원에서 확장 억제 강화와 관련해 같은 달 열린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개를 거론하면서 “확장억제는 한미라는 양자 차원에서 1차적으로 논의를 집중해야 될 사안이라고 봤다”며 “미일 간에도 그런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고, 필요하다면 앞으로 3자 간에 확장 억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해 보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었다.
김 실장의 당시 언급은 확장억제 강화와 관련해 한미일 3국간 협의체가 없는 상황에서 향후 3국간 협의체 구성 논의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