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해외 순방을 나갈 때마다 그 나라 최고 명문학교를 찾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대와 캐나다 토론토대를 방문한 뒤 참모진들에 한 말이다. 집권 2년차 국정의 방점을 경제에 찍은 윤 대통령은 ‘과학기술’과 ‘인재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유일한 부존자원이자 최대 경쟁력인 ‘인적자원’을 발판으로 국가 성장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CES 디지털 기술혁신 기업인과의 대화’ 오찬 간담회에서 “제가 해외 순방 때마다 첨단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대학을 찾았다”며 “첨단과학기술과 디지털 기반의 혁신에 국가경쟁력은 물론, 우리 미래 생존이 걸려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대를 방문한 이후 캐나다 토론토대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등 순방지 명문대를 차례로 찾았다. 토론토대에서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한 제프리 힌튼 교수 등 인공지능(AI) 분야 석학들과 만났고, 취리히 공대에서는 양자 분야 석학들과 토론했다.
윤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을 마친 직후인 24일 차세대 과학자들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스위스에서 귀국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새해 첫 일정은 과학자들과 만나겠다”고 참모진에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돌발 지시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위성전화로 급하게 연구진을 섭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뉴욕대와 토론토대를 다녀온 후부터 순방 때마다 각국 명문대 방문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UAE 국빈 방문 때도 칼리파대학 방문을 고려했지만 빡빡한 일정으로 찾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리히 공대만큼은 다른 일정을 미루고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해외 명문대 방문을 고집하는 배경에는 ‘과학기술’과 ‘인재’가 종국적으로 경제 성장과 국가 발전을 견인한다는 철학이 깔려있다. 석유·석탄 등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성장을 도모하고 미래 먹거리 산업을 선점하려면 고급인재와 첨단기술을 국가의 최대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학에서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국가발전의 동력은 과학기술이고, 그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산업화에 성공하고,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우리는 사람에 투자하고 사람을 양성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보국, 기술입국’을 기치로 1969년 구미산단을 조성한 이후 1972년 금오공고와 1979년 금오공대가 설립되며 고급기술인재를 배출해 경제성장을 견인한 ‘산업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2027년까지 과감한 혁신계획을 제시한 지방대 30곳을 ‘글로컬대학'(Global+Local)으로 지정하고, 대학마다 연간 200억원씩 5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지역 인재 양성 방안을 보고했다.
또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구축,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예산 중 절반인 2조원 이상의 집행 권한을 2025년까지 지방자치단체로 넘기기로 했다. 지방대를 육성해 지역인재를 길러내고 지역 발전까지 꾀한다는 취지로 ‘인재육성’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노린다는 구상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윤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중요한 것이 과학 기술이다. 앞으로 모든 정책 중에 최우선순위를 과학기술 정책에 두고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보상 시스템 제공에 역점을 두어달라.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