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25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은 서해 연평도 북쪽 해상에 표류하던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A씨를 해군 계통의 지시를 받아 총격을 가했다. 그 뒤 해상에서 시신에 기름을 뿌리고 불태웠다. 이러한 북한군의 행위는 우발적이기보다 의도적이라는 게 우리 군 당국의 설명이다.
북한 당국의 이러한 반인륜적인 행위가 있기 전 까지 우리 정부는 지난해 2월 북미정상회담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북한의 만행이 알려지기 전인 23일 새벽(미국 현지시간 22일) 제75차 유엔(UN)총회 기조연설에서 북측에 유화 메시지로 ‘종전선언’과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우리 정부는 올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보건·방역 협력을 강조했고, 올해 7~8월에는 수해·태풍 피해 등과 관련 남북협력의 의사를 내보이기도 했다.
그 사이 북한이 지난 6월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이유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고, 남북 통신연락선을 모두 차단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제75주년 광복절 8·15 경축식, 지난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계기로 꾸준히 북측에 호응을 촉구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꺼져가는 남북관계 불씨를 살려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화답하기는커녕 우리국민을 끔찍하게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간 우리 정부의 노력에 찬물이 끼얹은 것이다.
전날인 24일 통일부는 성명을 내고 “북한군의 이러한 행위는 남북 간 화해와 평화를 위한 우리의 일관된 인내와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국민의 열망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엄중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이번 사건을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된 부분으로 규정하고, 엄중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국방부는 전날 입장을 발표하면서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 ‘북한의 해명’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정부의 단호한 입장 발표에 맞서 북한이 어떠한 메시지를 낼지가 향후 남북관계를 가를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북한 당국은 책임을 느끼며 유감을 표명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정당한 조치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또는 북한이 시간을 끌며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사건에 대해 해명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
이번 북한군의 조치가 ‘평양’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도 중요한 사안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제시할 반응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평양의 개입 없이 이뤄진 사건이면 북한이 상황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사과에 가까운 유감을 표할 수도 있다. 북한이 자력갱생 노선으로 국가적 재난 타개에 집중하고 있더 국제 사회의 대북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어서다.
다만 지난 2008년 금강산관광 중인 인간인 박왕자씨 총격사건과 같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지 않고 넘어갈 가능서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남북관계는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아직까지 북은 응답이 없는 상태다. 남북간 통신연락선이 지난 6월 단절된 상황에서 북한의 입장은 관영 매체를 통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