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은 전국체전의 확장판이라고 생각해요. 아시아를 넘어 2024년 파리 패럴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1일 경기도 이천의 대한장애인체육회선수촌에서 만난 한국 휠체어 배드민턴의 미래 유수영(21‧경기도장애인배드민턴협회)은 당찼다.
이날 유수영은 ‘2023년 국가대표 훈련개시식’에 휠체어 펜싱의 권효경과 함께 선수 대표로 참석, 새해 다짐을 했다.
개시식 후 취재진과 만난 유수영은 “선수 대표로 나서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았다. 준비해주신 것을 받아서 그냥 읽으면 됐다. 가벼운 마음으로 단상 위에 올라갔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왔다”며 선수 대표로 참석한 기분을 전했다.
선천성 하지기형 장애를 타고난 유수영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운동을 즐겼다. 배드민턴을 처음 접한 것도 중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면서다.
유수영은 “중학교 입학 후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친구들을 본 뒤 한 발로 배드민턴을 치면서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학교 안에서 장애인이 배드민턴을 친다는 소문이 돌았고 특수반 선생님께서 전라북도 장애인체육회에 연락을 해주셔서 본격적으로 배드민턴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 시절 첼로를 배워서 첼리스트도 꿈꿨지만 중학교 때 사고를 겪으며 첼로를 놓았다. 수채화도 5년 정도 배워서 이와 관련된 일도 꿈꾸기도 했다”고 과거를 전한 뒤 “배드민턴을 접한 뒤 대회에 나가면 학교에 빠져도 된다는 말씀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원래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고 예체능 쪽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휠체어에 앉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한 발로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배드민턴을 쳤던 유수영에게 휠체어 배드민턴은 큰 매력이 없었다. 더불어 단 1주일 동안 휠체어 배드민턴 훈련을 한 뒤 출전한 2017년 두바이 청소년아시안게임에서 1회전에 탈락하는 실패도 맛봤다.
유수영은 “휠체어 배드민턴은 스매시 빈도가 낮아서 초반에는 재미가 없었다. 또한 첫 대회에서 탈락한 뒤 ‘과연 이게 될까’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심재열 감독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6년 전을 돌아봤다.
유수영은 “그동안 펜싱, 수영 등 여러 종목을 체험 삼아 해봤는데, 배드민턴 만큼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훈련을 거듭하며 점점 기량이 향상, 다른 선수들보다 빠르게 움직여 볼을 받아내자 희열감을 느꼈다. 덕분에 휠체어 배드민턴에 흥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두바이에서 가능성을 보인 유수영은 전북 김제에서 이천으로 전학을 온 뒤 오전에는 학교를 다니고 오후에는 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면서 일취월장했다. 2022년 바레인 장애인청소년아시안게임에 대표로 출전해 단식 은메달, 혼합복식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후 유수영은 국내, 국제 대회를 오가며 단식과 복식에서 메달을 하나씩 수집, 한국 휠체어 배드민턴의 희망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유수영은 세계를 바라본다.
유수영은 “올해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이 있지만 사실 큰 대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시아 선수들만 출전하기 때문에 전국체전의 확장판이라는 생각이 강하다”며 “지금은 그저 2024년 파리 패럴림픽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있다. 파리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