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 당시부터 역사 왜곡과 친일 미화 논란에 휩싸였던 대구 순종 황제 동상이 11년 만에 철거된다.
17일 대구 중구에 따르면 중구는 이날 공공조형물 해체 심의를 통해 순종 조형물 해체를 결정했다. 철거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4억원이며, 오는 22일 철거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순종 황제 동상은 지난 2013년 중구 달성공원 앞 ‘순종 황제 어가길'(중구 수창동~인교동 2.1㎞)에 조성됐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1909년 남순행(南巡行) 중 대구를 다녀간 것을 모티브로 삼았다.
어가길이 끝나는 지점엔 대례복을 입고 있는 높이 5.5m의 금빛 순종 황제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어가길 조성 당시 중구는 ‘황제의 길’이란 역사적 공간 복원을 통해 근대국가 수립을 위한 노력과 일제 침탈에 맞선 민족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조성 당시부터 역사 왜곡과 친일 미화 논란에 휩싸인 대구 순종 황제 동상이 철거된다. (대구 중구 제공)/뉴스1 |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와 역사학자를 중심으로 ‘순종의 남순행은 단순한 시찰이 아니라, 일제가 당시 조선인들의 반일 감정을 없애기 위해 순종을 앞세워 대구·부산 등지로 끌고 다닌 부끄러운 치욕스러운 역사’란 주장이 제기돼 친일 미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대구 중구는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해명했지만, 관련 논란은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순종 황제 어가길이 관광지 역할을 사실상 상실하자, 순종 동상 역시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작년 하반기 500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이 인근에 들어서면서 ‘어가길 동상이 통행 등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중구도 결국 순종 조형물 해체를 결정한 것이다. 철거가 완료되면 해당 공간의 도로도 원상 복구돼 현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된다.
중구 관계자는 “친일 미화 논란과 함께 통행로가 좁아졌다는 민원이 너무 많아 작년부터 철거를 검토해 왔다”며 “다음 주 철거를 끝내고 올 연말까지 도로 확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