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이민단속 사태의 여파로 공사 현장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핵심 인력 대다수가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미국 현지에 남은 주재원과 일부 인력만이 최소한의 관리 업무를 이어가고 있지만, 공정 진척은 멈춰선 상태다.
배터리 장비 설치 및 내장 공사에 투입된 다수 인력이 추방 또는 자진출국 절차를 밟게 되면서, 미국 내 배터리 산업 전체의 건설 일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업계에 따르면 HL-GA 공장의 일일 공정 지연에 따른 피해액은 약 33억원에 달할 수 있다. 이는 맥킨지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수치로, 연간 30GWh급 생산 설비 기준이다. 여기에 금융비 증가, 고객사 신뢰 하락, 세액공제 축소 등 연쇄 피해까지 고려하면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2032년 종료 예정이어서, 생산 개시가 늦어지면 수령액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이 5754억원이었던 반면, AMPC 수령액은 무려 1조4000억원에 달했다.
현재 조지아, 애리조나, 미시간, 오하이오 등에서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은 물론, 공장 준공을 마친 SK온도 장비 인력 파견 차질로 인해 정상 가동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출장을 취소하거나 귀국을 서두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L-1 비자를 보유한 일부 주재원과 현지 채용 인력만 현장을 지키고 있으나, 본격 공정이 중단된 상태다.
단속 대상이 된 HL-GA 공장은 이미 건물 외부 공사를 마치고 장비 반입 및 내장 공정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이 가운데 구금된 LG에너지솔루션 직원 47명, 일본인 3명 등은 배터리 장비 담당자,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사 직원 156명(이 중 한국인 66명)은 내장 작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장비 설치나 대규모 건설은 미국 현지 인력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은 한국 기술자와 관리자 파견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 측과 B-1 비자의 명확한 해석과 E-4 등 전문인력용 비자 신설 협의를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 내 반이민 정서와 현지 고용 확대 요구에 막혀 진전은 더딘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 근로자 파견 조건으로 현지인 훈련을 요구하면서 논의는 더욱 복잡해졌다. LG 측은 향후 대체 인력 파견을 검토 중이지만, 비자 발급부터 충원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금자들이 귀국한 뒤에는 비자 절차 개선 논의를 최우선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할 제도적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