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한파’ 속 SK하이닉스가 26일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
주력인 D램(RAM)은 물론 낸드 플래시까지 10% 넘게 가격이 빠졌다. 특히 지난해 인텔로부터 사들인 낸드 부문은 적자 우려까지 나온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11조8593억원, 영업이익 2조156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비슷한 수준(0.46% 증가)이지만 영업이익은 48.30% 감소한 수치다.
실적 발표일이 다가올수록 SK하이닉스의 실적 눈높이는 하락 곡선을 그려왔다. 매출은 3개월 전 컨센서스(15조5773억원)보다 23.87%, 영업이익(4조1018억원)은 47.42% 떨어졌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고금리, 경기 침체 장기화로 스마트폰·컴퓨터·TV 등 전자제품 소비가 줄어들면서 세트업체가 반도체 주문을 줄였다. 믿었던 서버 수요도 꺾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철 씨티그룹 상무는 앞서 열린 ‘반도체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반도체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PC 등이 필수 소비재가 아니다 보니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상황에선 수요가 줄고 이에 따른 반도체 오더컷(주문 축소)이 심하게 나오고 있다”며 “특히 (올해) 버텼던 서버 가격이 가장 세게 빠지고 있고, 단기적으로는 상황이 정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보다 10~15%, 낸드플래시는 13~18%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 ASP(평균판매가격) 하락률은 당초 예상을 크게 넘어서는 20%대 초반을 기록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부진한 출하량을 만회하고 고객들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3강 체제가 굳어진 D램과 달리 경쟁이 심한 낸드 부문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 낸드사업을 인수해 솔리다임을 신설하고 낸드 시장 2위에 올랐다. 그러나 낸드 가격이 급락하고 치킨게임이 이어지면서 적자 우려까지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낸드는 과점화된 공급 구조를 보유한 D램과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 6개 업체의 점유율 확대 경쟁과 수요에 대한 높은 가격 탄력성으로 ASP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4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트랜드포스는 4분기에도 낸드 가격은 평균 15~20%, D램은 13~18% 떨어질 것으로 봤다. 적자 우려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공급 조절에 나선 다른 업체와 달리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선언하면서 치킨게임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낸드 이익률은 경쟁사 대비 10~20%포인트 우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치킨게임에 나서면 낸드 가격의 추가 하락으로 경쟁사들의 적자는 더 확대될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앞서 인수한 인텔 낸드 사업부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가격 반등 때까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