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우클릭’ 행보로 지지율 반등을 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해 2030세대 남성 표심을 자극하고, 문재인 정부의 방역패스를 정면 비판하는 ‘멸공'(滅共)으로 보수층과 중도층 재결집을 도모하면서다.
이런 윤 후보의 총구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향해 있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윤 후보를 지탱했던 지지율은 상당 부분 안 후보가 흡수한 상황이다. 야권 단일화 국면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경고음까지 나오면서, 안 후보는 윤 후보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상대가 됐다.
12일 야권에 따르면 윤 후보는 청년층과 보수층을 겨냥한 ‘우클릭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연말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삼류 바보”, “확정적 중범죄 후보” 등 거친 표현을 쏟아냈다면, 올해에는 정책과 메시지에도 선명한 ‘보수색채’를 더하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의 글을 올렸다. 이튿날인 8일에는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사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멸공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급기야 인공지능 아바타 ‘AI 윤석열’을 통해 “달파멸콩”이라는 말을 강조해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주목할 대목은 윤 후보의 행보가 보수층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가부 폐지는 이대남(20대 남성)을 정밀 조준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많다. ‘멸공’은 그 자체로 보수층을 자극하면서, 백신 미접종자의 일상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부의 방역패스를 비판해 중도층과 반문(反문재인)세력을 재결집하는 중의적 표현이라는 해석도 뒤따랐다.
윤 후보가 이번 주말에 부산(PK)을 방문하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행보와 메시지는 ‘지지율 누수’가 가장 컸던 청년층·중도층·보수층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한 ‘고도의 전략’인 셈이다. 동시에 안 후보로 이반했던 지지율을 재흡수해 향후 단일화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복안도 깔려있다.
최근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윤석열 후보의 전략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7~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설문한 결과, 윤 후보는 36.9%를 얻어 이재명 후보(36.5%)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전주 대비 윤 후보는 0.1%포인트(p) 오르고, 이 후보는 3.4%p 내렸다. 특히 윤 후보의 지지율은 남성에서 4.1%p, 30대에서 10.8%p 올랐다. 안 후보는 6.0%p 오른 14.0%를 기록했다.
뉴스핌이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일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윤석열 40.3%, 이재명 34.7%, 안철수 13.0%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는 윤 후보는 20대에서 38.2%, 30대에서 39.1%를 얻어 안 후보(22.0%·24.3%), 이 후보(21.4%·23.0%)를 큰 폭으로 앞섰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지지율 반등’이 추세선을 타면 안 후보에게 이탈했던 지지층을 재결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안풍'(安風)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친다면 설 연휴를 기점으로 본격화할 단일화 국면에서 윤 후보가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녹아있다.

정치권은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물밑으로 ‘단일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관전평을 내놓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서로 단일화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 각자 지지율을 최대한 높이는 몸값 키우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준석 대표는 전날(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1월6일 대비 1월8일 조사에서 강한 반등세가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목격됐다”며 안 후보와의 단일화 또는 공동정부 논의에 대해 선을 그었다. 안철수 후보도 같은 날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저는 단일화에 관심 없다”며 거듭 선을 그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신경전은 이미 물밑에서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며 “두 후보의 지지층은 서로 양분되지 않고 어느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후보가 10%대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단일화가 필요하지만, 한 자릿수로 내려가면 단일화 없이 윤 후보로 야권 후보가 정리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윤 후보의 ‘지지율 반등 모멘텀’을 아직 단정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의 강세가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어 오히려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에서 39세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대선후보 지지도를 물은 결과 이재명 27.7%, 안철수 20.2%, 윤석열 16.2%를 기록했다. 지난 조사 대비 윤 후보는 7.8%p 하락한 반면, 안 후보는 11.6p 치솟으면서 이재명 후보와 함께 ‘양강’ 반열에 올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KBS와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며 “아직 2030세대가 돌아오면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추세를 파악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