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LG가 인사들과는 소속만 달랐을 뿐 ‘한가족’이었다.”
지난 11일 타계한 구자홍 회장의 가족 간 우애를 LS 관계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재계의 신사’로 불리는 고(故) 구자홍 LS그룹 초대 회장은 소탈한 성품으로 범LG일가와 가족처럼 지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범LG가는 70여년 간 경영권 분쟁 없이 계열 분리를 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갖고 있다. 경영권 다툼이 잦은 재계에서 그룹 공동경영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구자홍 회장은 초대회장으로서 LS그룹의 기틀을 닦은 뒤 사촌동생 구자열 회장에게 후임을 물려줬고, 구자열 회장은 다시 사촌동생 구자은 현 회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그는 가정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부친 구태회 회장과 모친 최무씨를 90세가 넘도록 아래위층에서 모시고 살았다. 부모님이 부르면 수시로 아랫집을 찾으며 챙겼다. 최무씨는 2012년 5월, 구태회 회장은 2016년 5월 별세했다.
재벌 오너일가로선 드물게 배우자도 정략결혼이 아닌 연애로 만났다. 그는 미국 유학시절 만난 부인 지순혜씨와 연애를 한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결혼 생활 내내 부부간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존댓말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가족 간 우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된 구자홍 회장의 장례일정에서 조용하게 빛을 발했다.
구자홍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LG, LS, GS 등 범 LG일가 인사들의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12일과 13일 2차례 빈소를 찾았다. 그는 “너무 자상하고 따듯한 분이셨는데 너무 빨리 돌아가셔서 많이 아쉽다”며 “좀 더 오래 살아계셔서 많은 가르침을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사촌동생인 구자열 전 LS그룹 회장은 12부터 3일 내내 빈소를 지켰다. 또 구자은 LS그룹 회장과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 구본식 LT그룹 회장과 장남 구웅모씨 등이 빈소를 찾았다. 구본준 LX그룹 회장,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 구동휘 E1 대표도 빈소를 방문했다.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구본엽 LIG그룹 사장, 부부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과 구명진 캘리스코 대표 등도 빈소를 방문해 고인을 애도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걸 LF그룹 회장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GS가(家)의 발길도 이어졌다. 허창수 GS 명예회장을 비롯해 허윤홍 GS건설 사장, 허승조 전 GF리테일 부회장, 허진수 GS칼텍스 이사회 의장,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이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이밖에 권봉석 LG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빈소를 방문해 고인을 기리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고인이 깊이 관심을 가졌던 바둑계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구자홍 회장은 공인 아마추어 6단으로 1997년부터 바둑 꿈나무를 키우는 ‘꿈나무 프로젝트’로 후원활동을 했다.
이세돌, 최철한, 권갑용, 조혜연, 박상진, 박종훈, 신민준 등 바둑 꿈나무 출신 프로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재계에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2일 빈소를 찾아 “안타깝다. 좋은 어르신이었는데 상당히 섭섭하다”며 애도했다. 최현만 미래에셋 회장,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 박우동 풍산 사장, 이석채 전 KT 회장도 빈소를 찾았다.
정계에선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종석 전 의원, 장병완 전 의원 등이 빈소를 방문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구자홍 회장은 지난 11일 향년 75세로 영면에 들었다. 그는 1946년 12월11일 경남 진주에서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73년 반도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해 1979년 반도상사 홍콩지사 부장, 1983년 럭키금성상사 싱가포르지사 본부장, 1988년 금성사(현 LG전자) 해외사업본부 전무이사 등을 맡았다.
1995년에는 금성사에서 이름을 바꾼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디지털 사업을 이끌며 ‘디지털 CEO’라는 별명도 얻었다. LG에 몸담고 있는 동안 그는 해외통으로서 글로벌 성장과 노경화합에 기여했다.
그는 경영 수완도 뛰어났다. LS그룹이 LG그룹에서 분리된 뒤 2004년부터 LS그룹 초대 회장으로 9년 간 그룹을 이끌었다. 그는 적극적인 인수합병, 해외진출, 연구개발 강화를 추진해 LS그룹을 재계 13위 기업으로 키웠다.
LS그룹을 이끌면서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하게 추진했다. ‘작더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한다’는 지론에 따라 소외계층 지원활동, 지역사회 지원 및 환경보호 활동, 글로벌 지원활동 등을 펼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