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CJ ENM으로부터 독립해 독자 OTT 플랫폼으로 본격 출발한 티빙. 티빙은 이제 CJ ENM 채널 방송의 다시보기 공간에서 벗어나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선보이며 국내 OTT 플랫폼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론칭 초기 ‘여고추리반’ ‘신서유기 스프링캠프’ ‘아받쓰'(아이돌 받아쓰기 대회) 등 기존 CJ ENM 인기 프로그램의 스핀오프 격의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환승연애’ ‘술꾼도시여자들’ 등 오직 티빙만의 독자적인 콘텐츠로 화제성을 독식하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2006년 캐치온을 시작으로 CJ ENM 채널에서 VOD 유통, 제작파트를 거쳐 티빙의 콘텐츠사업부를 이끄는 양시권 부장은 티빙의 론칭 1년을 돌아보며 ‘티빙이 그래서 뭐가 다른데?’라는 물음의 해답을 찾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어떤 콘텐츠와 어떤 방식이 시청자에게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닿을까 고민하며 여 러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던 지난 1년, 오리지널 콘텐츠들의 성과로 인해 보완점과 더욱 많은 노하우를 찾았다고도 했다.
국내 OTT의 경쟁은 물론, ‘오징어게임’ ‘지옥’을 선보이며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화 성과를 낸 넷플릭스를 비롯해 애플TV,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대형 OTT의 공략이 거세지는 가운데, 티빙의 콘텐츠가 추구하는 차별화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N인터뷰】①에 이어>
-티빙의 2021년은 어떤 해였나.
▶콘텐츠와 플랫폼 사업을 하는데 결국 이건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녹아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쉽게 찾아보고, 보려고 결제를 하고, 생활 속에서 콘텐츠를 즐겨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시장의 성장 타이밍에 자리잡지 못하면 후발주자로서는 기회가 더 적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가 더 절박했다. 어느 정도는 성공을 거둬야 향후에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추진력을 잡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더 욕심을 냈다.
-‘술꾼도시여자들’은 편성과 기획 단계에서 어떤 고민을 했나.
▶코미디, 시트콤같은 콘텐츠를 찾으려고 했다. ‘술도녀’는 대본이 굉장히 재미있었고 톡톡 튀어서 빨리 진행이 됐다. 워낙 대본이 재미있어서 캐스팅도 수월하게 됐다. 그 다음은 혹시 캐릭터가 반감을 살 수 있는 부분이 있나 살펴보는 과정이었다. 워낙 튀고 강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보일 수 있었다. 코미디이기에 (시청자가) 기분 나쁘게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없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술도녀’의 코미디도 유쾌했지만, 술이나 담배, 욕설 등 TV 드라마에서 보지 못하는 장면에 대한 화제가 컸다. OTT 플랫폼이기에 이런 표현에서 더욱 자유로웠을텐데.
▶사실 그런 장면들은 (작품의) 큰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 시청자들이 굉장히 리얼한 콘텐츠를 보고 싶어하셨구나 생각하게 됐다. 의도적으로 보여주려고 한 것은 아니다. 여러 이유로 보이면 안 됐던 것들을 부자연스럽게 피하지 말자는 정도였다. 자연스러움이 중요했다. 굳이 자극적인 장치로 쓰지는 않았다.
-출연하는 배우들이 모두 ‘인생캐’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걸그룹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어서 이번 연기변신이 더욱 크게 화제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돌 출신을) 의도한 것은 아니고 각각의 스타일과 느낌이 다른 배우들이길 바랐다. 배우들도 대본을 너무 재미있게 봐주셔서 캐스팅이 빨리 됐다. (대본 속의) 한지연 캐릭터는 우리도 고민이 많았다. 자칫하면 부정적인 면이 부각될 수도 있는 대사나 표현 방식이 아슬아슬한 점이 많아서였다. 그런데 제작진과 한선화씨가 캐릭터의 방향을 잘 설정해서 보여줘서 더욱 공감을 사는 캐릭터가 된 것 같다.
-티빙과 CJ ENM 채널에서 동시 방송하는 작품이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이 있는데, 이유와 기준이 무엇인가.
▶올해는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 중이다. 영화 동시개봉, 드라마의 TV 동시공개 등 여러 시도를 해보고 보완점도 찾고 있다. 우리 오리지널을 알리는 면에서 TV매체가 아직은 접근성이 좋다. TV를 통해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중이라고 알려드리는 의미도 있다.
-‘유미의 세포들’은 애니메이션을 실사 드라마에 접목한 첫 사례다.
▶로맨스물이 진짜 어려운 것 같다. TV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돈을 지불하면서 볼까? 의문이 있었다. 그래서 로맨스물도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세포가 등장하는 내용이 이 드라마에서 정말 중요한 포인트이지 않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더 잘 어필이 된다고 생각했다. 역설적으로 사람이 아닌 애니메이션 세포들이 이야기해줄 때 더 위로를 받고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때 설명보다 세포를 통해서 표현할 때 더 신선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유미의 세포들’에 대한 호평이 많았는데, ‘글로벌 플랫폼이었으면 해외에서도 많이 봤을 것이다’라는 시청반응도 있었다.
▶글로벌 진출로 (국내와 해외) 동시에 마케팅을 진행하고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우리도 찾아야 한다. 글로벌 플랫폼은 성과가 한 번에 보이니까 더욱 화제가 된 것이고, 우리 역시 여러 방법과 시도를 하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도 해외 판매를 진행했고 괄목할 성과가 있었다. 글로벌 진출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플랫폼 시장에 몸담고 있는 종사자로서 K콘텐츠나 시장의 특수성은 무엇인가. 제도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국의 콘텐츠 소비 속도가 워낙 빠르다. 개인적으로 많이 만들고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시청자들 영화, 드라마, 예능도 많이 보고 수준도 높고 생산성도 높다. 시청자들의 선택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 인식을 인정하고, 표현 방식이나 제재 기준이 완화되고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 그래야 더 다양한 콘텐츠들이 나오지 않을까. 우리 콘텐츠나 인식에 대한 긍지를 가지면 좋겠다.
-글로벌 OTT의 한국시장 진출에 국내 OTT가 합쳤으면 한다는 목소리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사실 OTT가 많으면 더 좋은 콘텐츠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 만약 정부에서 글로벌 OTT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국내 OTT에서 다 공급하라고 해서 그 콘텐츠가 잘 될까. 기본적으로 한국과 글로벌 OTT를 경쟁구도로 보는 것은 시청자들의 생각과 다른 지점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도 K콘텐츠는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지만, 유통 과정에는 중간 사업자와 많은 절차들이 있었다. 지금은 그 과정을 없애고 글로벌 플랫폼이 K콘텐츠를 해외 시청자에게 전달한 거다. 그 점에서 우리도 생각해볼 점이 있는 거다. 시장의 확장성으로 보자면 흑과 백, A or B가 아니다. 플랫폼이 다양하게 있는 것이 맞고, 그래야 자기 색깔을 내고 더욱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드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많이 보면 콘텐츠 시장도 커지고 그렇게 순환된다고 생각한다. 유연한 사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보다 더 정리되고 뚜렷한 목적성이 보이는 실행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내년뿐만 아니라 2023년 2024년 장기 프로젝트까지 준비해서 실행하는 플랜도 필요하다고 보고, 그래야 글로벌 전략으로 이어지는 데 좋다고 생각한다. 또 내년까지는 국내 OTT 에서 앞서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신규 가입자 유입면에서 내년이 중요한 기점이라고 본다. 시장 점유율 2위를 확고히 해야 글로벌 전략도 빨리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