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들 사이의 성장 속도 차이로 인해 개도국들이 뒤처지면서 코로나19 백신 보급의 불균형도 심화하고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했다.
27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간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백신에 대한 접근이 세계 경제 회복의 주요 장애물로 부상했다”며 “전염성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어디에서든 창궐하도록 허용할 경우 현재 감염률이 낮은 국가에서도 회복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IMF는 광범위한 예방접종을 하지 못하면 전염성 높은 델타 바이러스와 같은 변이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고, 이로 인해 2025년까지 글로벌 GDP에서는 누적된 4조5000억달러(약 5193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중 절반 이상이 부국의 손실이 될 것이고 추산했다.
펫야 코에바-브룩스 IMF 연구부 차장은 “이는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단순한 ‘꼬리 위험'(거대한 일회성 사건이 자산 가치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이 아니라 “현실적인 하향 위험”이라고 말했다.
◇ 선진국과 개도국 간 성장 격차 확대: IMF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4월의 예상치와 변함없이 6%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타 고피나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특히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격차 확대’가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은 올해 막대한 정부 지출과 광범위한 백신 예방접종에 힘입어 7% 성장하며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감염이 재발 중인 인도의 성장률 예상치는 하향 조정됐다.
IMF는 “백신을 전 세계에 공평하게 배치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재차 강조하며 전염병 종식 실현 가능 비용으로 500억달러(약 57조 7000억원)를 제공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전체 인구 대비 백신 접종율은 선진국이 약 40%인데 비해 신흥시장은 11%에 불과하고, 저소득 국가에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고피나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는 최소한 10억회 접종분의 백신 용량을 잉여 백신을 보유한 국가들이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개도국 성장 둔화 우려 고조: 브라질과 멕시코 등 올해 더 강한 성장을 보일 준비가 된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개도국은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에바-브룩스 차장은 개도국들의 코로나19 현황에 대해 “지난 4월보다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은 백신 접종 덕분에 경제 회복이 이루어지면서 올해와 내년에 각각 4.9%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 의회가 연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회기반시설과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을 위한 약 4조달러의 추가 지출을 승인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IMF는 캐나다와 영국의 올해 성장률 예상치도 각각 6.3%와 7%로 상향 조정했고, 유로존의 성장률은 4월 예상치보다 약간 높은 4.6%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에 인도의 성장률 전망치는 9.5%로 3%포인트 하향 조정했고, 중국도 8.1%로 3%포인트 내렸다.
보고서는 중남미에서는 멕시코가 내수 증가와 미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긍정적 파급효과에 힘입어 성장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브라질도 원자재 가격 하락 속에서 성장에 힘을 얻을 것이라고 봤다.
◇ 인플레 지속될 가능성: 인플레이션도 글로벌 경기 회복을 늦추는 요인이 돼 정책 입안자들에게 도전과제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급등은 유례없고 불균일한 코로나19 대유행의 재확산 결과다. 이에 대해 IMF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IMF는 “지난해 글로벌 경제의 전례 없는 경련이 여진을 계속 일으키고 있다”며 “컴퓨터 칩 부족과 필요한 곳에 선적 컨테이너가 부족해 자재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에바-브룩스 차장은 일부 병목 현상과 가격 상승이 예상되며 이것이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상황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이러한 위기 이후 어떻게 경제를 재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겪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IMF는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대유행 이전 범위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각국 중앙은행에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압박에 대한 대응을 보류하되 ‘선제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