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이 특이 혈전 형성과 관련이 있다고 판정받았지만 대안이 될 백신이 없어 전세계 백신 접종 계획과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경쟁사인 모더나나 화이자의 백신과 달리 저렴한 가격이라 많은 나라들은 물론 코백스도 크게 의존하고 있는 백신이기 때문이다.
8일 블룸버그통신은 “서울에서 런던까지의 전세계 백신 캠페인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인 7일 유럽의약품청(EMA)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다며 이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으로 정식 등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백신의 전체적인 이익은 부작용 위험보다 크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 AZ백신 신뢰성 크게 흔들렸지만 대안이 없다 : 블룸버그는 이 판정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얀센(존슨앤존슨) 백신이나 중국과 러시아 백신에 관심을 돌리고 있지만 수요가 공급을 훨씬 앞지르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썼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마이클 킨치 교수는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아스트라제네카라도 있는 게 낫다”면서 “백신 접종이 덜 이뤄진 나라라면 어쩔 수 없이 이 백신이라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MA의 발표가 나자 일부 유럽 국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연령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EMA 발표에 몇시간 앞서 한국 정부는 60세 미만 접종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그후 8일에는 백신을 다시 접종하느냐 여부를 주말쯤(10일께) 결정해 발표한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도 경우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인데 문제는 올해 전세계에 공급 계약된 백신의 약 25%가 아스트라제네카라는 점이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원하는 국제 백신 공동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도 싸고 보관이 쉬운 아스트라제네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 110여국과 계약된 AZ…아프리카 “부작용 증명된 것 아냐” :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세계 111개국, 화이자는 82개국, 모더나는 35개국, 시노팜은 25개국, 스푸트니크 V는 20개국, 시노백은 19개국에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유럽 국가들과 달리 나미비아, 코트디부아르, 세네갈과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EMA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여전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지지한다면서 백신이 도착하는 즉시 접종 계획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카메룬은 이전에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중단한 상태다.
칼룸비 샹굴라 나미비아 보건장관은 “우리에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서 “부작용이 임상 시험에서 결정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국 보건 당국은 혈전 형성 증상이 항응고제인 헤파린으로 치료할 때 드물게 나타나는 부작용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백신이 어떻게 또는 왜 그런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지 조사 중에 있다.
EMA의 판정은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보고된 86건의 혈전 사례를 검토한 결과다. 이 가운데 18명이 사망했다. 그 시점까지 유럽과 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인구는 약 2500만명이었다.
이달 4일 기준으로는 3400만명이 맞았고 222명에게서 혈전 부작용이 보고됐다. 보건 담당자들은 접종 2주 이내에 주로 60세 미만 여성에게서 이상 혈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