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기존 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에 새로 적용해보는 약물재창출은 신약개발에 비해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어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영 케임브리지大 연구팀 ‘프로구아닐’과 ‘설파살라진’ 추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의과대학 산하 밀너치료학연구소 및 거든 연구소 연구팀이 코로나19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약물 약 200종을 선별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중 40종은 현재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나머지 160종은 새로 선별된 약물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영향을 받는 체내 단백질 약 1만5000개 및 이와 관련된 상호작용 58만3000개를 분석해 코로나19 바이러스 복제 과정과 가장 관련이 깊은 핵심 단백질 476개를 추렸다.
연구팀은 빅데이터 및 컴퓨터 머신러닝(기계학습) 등을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기존에 허가받은 약물 1917개를 찾았고 그중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 200개를 선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선별된 약물 200개 중 40개는 이미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또 다른 30개는 앞서 여러 연구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잠재적인 후보로 제안됐던 약물이었다. 연구팀은 그중 바이러스 복제에 중요한 산화질소(NO) 생성에 양향을 미치는 분자 NADP와 관련된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약물 5개를 선별했다.
연구팀은 그중 말라리아 치료제로 사용되는 ‘프로구아닐’과 류머티즘 또는 크론병 등 치료에 쓰이는 항염증제 ‘설파살라진’을 꼽았다. 두 약물 모두 원숭이와 인간 세포주 실험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복제를 안전하게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팀은 두 치료제 모두 이미 시판 중인 약물로 내약성 및 안전성이 검증돼 바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남식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의과대학 밀너연구소 전산 및 인공지능(AI) 연구 책임 교수는 “이러한 접근방식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및 미래의 감염병에 신속하게 대응하는데 유용할 것”이라며 “이 잠재적인 약물 후보가 코로나19 신약개발을 가속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약물재창출’, 신약개발 시간·비용 아끼고 안전성 검증
‘신약재창출’ 또는 ‘약물재창출’은 이미 시판 중이거나 임상단계에서 상업화에 실패한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적응증을 규명해 신약으로 개발하는 방법이다. 신약 후보물질 탐색 및 발굴이 필요 없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약물 약동학 등 안전성과 관련된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신약재창출 과정을 통해 성공적으로 출시된 약물로는 다국적제약사 화이자에서 출시한 ‘비아그라(성분 실데나필)’와 ‘미녹시딜’을 예로 들 수 있다.
실데나필은 원래 협심증 치료를 위해 개발됐다. 그러나 임상실패 이후 발기부전 치료제로 적응증을 전환하면서 새로운 약물로 재탄생했다. 미녹시딜은 원래 궤양 및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부작용으로 발모 작용이 발견되며 탈모 치료제로 재탄생했다.
최근에는 앞서 소개된 케임브리지 연구팀처럼 인공지능을 접목시켜 기존 약물에 새로운 적응증을 발굴하기도 한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19년 6월 기존 약물의 작용기전을 모사한 딥러닝 모델을 개발을 위해 ‘인공지능활용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에서도 약물재창출은 활발하게 연구되는 분야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받은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베클루리(성분 렘데시비르)’도 에볼라 치료제로써 약효 입증에 실패한 뒤 코로나19 치료제로 거듭난 경우다.
최근에는 유럽집행위원회(EC)가 다국적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미국 인사이트의 JAK억제제 ‘올루미언트(성분 바리시티닙)’가 기존 류머티즘 치료외에 코로나19에도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3월에는 결핵과 한센병(나병) 치료제 ‘클로파지민’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됐으며 4월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팀이 화이자의 폐암 치료제 ‘비짐프로(성분 다코미티닙)’, 항생제 ‘살리노마이신’ 그리고 면역치료제 ‘사이클로스포린’이 세포실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