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직 사퇴 후 117일만인 29일 2022년 3월9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공정과 상식으로, 국민과 함께 만드는 미래’ 기자회견에서 지난 4개월간 잠행에서 공부하고 느낀 점들을 풀어내며 정권교체를 이룩하겠다고 역설했고, 이어진 언론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각종 현안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답하며 머릿속의 생각을 국민에게 알렸다.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출마선언문에서 윤 전 총장은 상식과 공정, 법치, 자유를 강조하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초 공직에서 물러난 후 많은 분을 만났는데 한결같이 도대체 나라가 이래도 되는 거냐고 나라의 앞날을 걱정했다”며 “저 윤석열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킨 영웅들과 함께하겠다”라고 대권 도전을 명확히 했다.
이어 “산업화와 민주화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국민,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누구나 정의로움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게 하겠다”며 “이것이 제 가슴에 새긴 사명이다”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권과는 확실하게 각을 세웠다. 윤 전 총장은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으로 청년,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저임금 근로자들이 고통받았다”며 “청년들은 겨우 일자리를 구해도 폭등하는 집값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는 등 그들의 좌절은 대한민국을 인구절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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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1.6.29/뉴스1 © News1 |
그러면서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며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집권을 연장해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을 더는 지켜볼 수 없기에 대통령에 도전한다고 역설했다.
윤 전 총장은 “민주주의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자유는 정부의 권력 한계를 그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다. 도저히 이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며 “국민들이 뻔히 보고 있는 앞에서 오만하게 법과 상식을 짓밟는 정권에 공정과 자유민주주의를 바라고 혁신을 기대한다는 것은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보수야권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점도 피력했다. 윤 전 총장은 “이들의 집권이 연장된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하다”라며 “이제 우리는 이런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 여기에 동의하는 모든 국민과 세력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라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하면 국민과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며 “저 윤석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고 거듭 말했다.
세계사적 질서에서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윤 전 총장은 “국제 사회는 인권과 법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사이에서만 핵심 첨단 기술과 산업시설을 공유하는 체제로 급변하고 있다”며 “총이 아닌 반도체 칩으로 싸우는 현실에서 국제 사회에서도 대한민국이 문명국가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는 분명한 입장을 보여 어떤 나라인지 확고한 정체성과 예측가능성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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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고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2021.6.29/뉴스1 © News1 |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장모 의혹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국민의힘 입당 △검찰개혁 △정치적 중립성 논란 △한일 관계 △X파일 △부동산 △성장과 복지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장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법 적용에는 절대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신념으로 일해왔다”고 밝히며 사실상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해서는 “현직 대통령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연세도 있고, 또 여자분인 두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국민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저 역시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서는 “정치철학면에서는 국민의힘과 제가 생각을 같이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입당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정치권을 집어삼킨 ‘X파일’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사람은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출처 불명의, 아무 근거 없는 마타도어를 시중에 유포한다든가 하면 국민께서 다 판단하실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검찰개혁이 국민의 검찰, 공정한 검찰을 만든다는 비전과 목표에 공감한다”면서도 “사회적·경제적·정치적 강자에 방탄을 만들기 위함은 안 된다. 어떤 권력자든 눈치 보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의미에서의 동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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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21.6.29/뉴스1 © News1 |
자신의 대체재로 평가받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서는 “감사원장을 하는 과정을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켜보면서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했다”며 “굉장히 온화하고 법관으로서의 기품이 있는 분인데 저는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총장에서 바로 대권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그런 관행이 의미있다고 생각하나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라고 답했다.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복지가 중요하다, 성장이 중요하다 이런 생각은 제 생각과 조금 다르다”라며 “지속가능성장을 위해서는 복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성장이 또 필요하다. 두 가지는 한 문제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에 대해서는 “군사적 주적이라고 해서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 구축을 위해서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오늘 첫발을 디디고 시작을 하니 정치사회적으로 경험을 많이 가진 원로들을 만나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배우고 듣겠다”라며 “다만 국민께 혼선을 주고 불안감을 갖게는 절대 안 할테니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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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후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2021.6.29/뉴스1 © News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