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지난 22일 한미 북핵고위급 협의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출범한 ‘한미 워킹그룹’ 운영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힌 가운데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종료’가 아닌 재조정’이라고 수정해 어떤 의미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킹그룹은 남북 간 경협사업이 대북제재를 저촉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한미 간 전담조직이다. 그러나 국내 일각과 북한에서 미국이 이를 통해 남북 교류협력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종건 외교부 제2차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미 워킹그룹 종료’ 결정은 “당연히 북한에게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장애물이라고 여기는 워킹그룹의 종료는 남북경제협력에 순작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김 대표는 22일 주한미대사관저에서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에서 전문가들과 만나 “종료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고 재조정으로 한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 역시 ‘종료’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동맹국과의 대북정책에 있어 긴밀한 조율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미국이 임기를 얼마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협력’ 독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외교가에서 제기된다.
미국 입장에선 ‘대북제재’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요한 협상카드이다.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남북협력 드라이브(강공)로 인해 이같은 카드가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즉 미국으로선 남북관계 ‘과속’ 방지를 위한 ‘협의체’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고위급 협의에 관여한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워킹그룹 종료의 의미에 대해 “외교적 용어로 만료(termination)가 아닌 (conclude)”라며 “종료 뜻엔 새로운 방안으로 넘어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재조정(adjustment)과 다소 비슷한 뉘앙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완전히 끝내는 것이 아닌 워킹그룹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국장급 협의를 진행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실제로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향후 한미는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 이외에도 국장급 간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처럼 워킹그룹 조직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남북경협과 대북제재 사안을 검토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남북경협은 물론 북미대화도 쉽지는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북한 입장에서는 워킹그룹 종료나 재조정이나 별 의미를 두고 있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대표와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한 한 외교 전문가는 23일 “김 대표가 확실히 종료가 된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지금 상황과 달라지진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종료한다고 자료를 배포하고 몇시간 뒤에 김여정 담화가 나왔다”면서 “북한도 입장 발표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이러한 호전적인 반응은 이 문제(워킹그룹 종료)에 대해 전혀 상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