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화’ 부분을 강조하면서 우리 정부가 원하는 대북정책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관철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아직 북한을 불러낼 만한 마땅한 ‘유인책’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히고 있다.
미국이 향후 북한에 어떤 제안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으론 대북 백신지원과 한미연합훈련 연기 등의 내용이 언급되고 있다.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바이든 대통령은 성 김 대북특별대사를 지명하면서 대북정책에 있어 ‘대화’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반길만한 제재 완화 방안과 적대시 정책 철회 시사 내용이 충분치 않아 대화가 성사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북미 대화를 위해선 향후 미국측이 물밑접촉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 속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26일 한미정상회담 후속조치를 위해 방미했다. 북한 대표부가 있는 뉴욕을 먼저 방문하는 일정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 북한에 미국산 백신지원…”인도적 방안”
현재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유화책으로 북한에 제안할 수 있는 방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지원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도 올초까지만 해도 백신 부족사태를 겪었으나 현재는 여분의 백신이 많은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사용을 승인한 백신 2000만도스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000만회분 총 8000만회분을 해외에 지원하기로 했다.
대상국으로는 중남미 등 백신 수급 부족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 꼽히지만 북한 상황도 만만치 않아 미국이 백신외교를 통해 대북협상을 진행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지난해 1월 말부터 국경 봉쇄를 단행했다. 이후 국제 백신 협력체 코백스(COVAX)를 통해 백신 지원을 요청했는데 이들도 수급부족으로 백신 지원을 올해 하반기로 연기했다.
수 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CNN에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해 많은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백신 외교는 교착 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쉬운 노력”이라면서도 “북한이 얼마나 간절한 지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도 지난 25일 한 세미나에서 “초기에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촉진할 있는 조치가 어떻게 취해질지에 대해선 공동성명에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백신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면서 시작할 수도 있는데 북한도 아스트라제네카보단 화이자와 모더나를 원할 수 있어 인도적 지원 방안으로 대화가 시작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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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반기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CPT)이 시작된 8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미군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이번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도상훈련(CPX)으로만 진행되며, 한미 양국 군이 참여하는 대규모 야외 실기동훈련(FTX)은 포함되지 않는다. 2021.3.8/뉴스1 © News1 |
◇ 한미 연합훈련 연기 카드
한미 양국은 북미 싱가포르 합의 이후인 2019년부터 대규모 실기동 훈련을 폐지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연합지휘소훈련만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이 규모도 축소해 진행했다.
그동안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선제적으로 연합훈련의 축소 내지 유예를 언급한다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연합훈련 유예를 요청할 수 있다. 이전엔 전작권 전환을 위해선 한미연합훈련인 필수적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
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상황으로 대규모 훈련 진행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먼저 운을 뗐다.
폴 라카메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지난 18일 청문회에 앞서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인준을 받으면 외교적 목표 지원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훈련의 적절한 범위와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대북 외교를 위해 훈련 규모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두 가지 방안 다 북한의 호응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도 어떤 조치 취할지가 사전에 명백하지 않으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단하기 어렵다”면서 “결국은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기간 이전에 고강도 도발을 한다면 오히려 강력한 연합훈련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라며 “북한의 반응이 변수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