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아빠가 되는 이경훈(30·CJ대한통운)이 경기가 중단되는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고대하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정상에 올랐다.
이경훈은 16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맥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7468야드)에서 열린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810만달러) 마지막 날 버디 8개, 보기 2개를 적어내면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25언더파 263타를 기록한 이경훈은 자신의 80번째 PGA 투어 경기에서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은 오는 7월 아빠가 되는 이경훈에게 값진 결과일 수밖에 없다.
이경훈은 앞서 “대회장에서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골프 선수, 집에서는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자 든든한 남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가족이 한 명 더 늘어난 만큼 책임감이 더 생겼다. PGA 투어 우승자 명단에 내 이름을 올리고 꾸준한 선수가 되는 걸 목표로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경훈은 첫 아이가 태어나기 2개월 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목표를 이뤄냈다.
이번 대회에서 이경훈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경훈은 지금까지 출전한 대회에서 초반에 선두권에 올랐지만,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부진, 순위가 떨어지는 모습이 반복됐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첫 날 공동 7위를 마크했던 이경훈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자신의 경기를 펼쳐 2라운드에는 공동 3위에 오르더니 3라운드에는 단독 2위까지 도약했다. 특히 2, 3라운드에서는 단 1개의 보기도 범하지 않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쳐 PGA 투어 첫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최종 라운드를 앞둔 이경훈은 “마지막 날도 큰 부담감 없이 즐기면서 재미있게 플레이하겠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재미있게 골프를 즐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담을 내려놓은 덕인지 이경훈은 최종일 초반부터 타수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2번홀부터 3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등 초반 8개홀까지 5타를 줄인 이경훈은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선두에 오른 뒤 9번홀에서 보기로 잠시 주춤했지만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고 12번홀에서 한 타를 줄여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또한 라운드 후반부로 갈수록 강한 비가 내리고 낙뢰가 발생, 2시간 30분 넘게 경기가 중단되는 등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이경훈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재개 후 이경훈은 버디 2개, 보기 1개로 1타를 줄이면서 선두를 지키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