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이후 크게 위축됐던 중동산 원유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이 늘며 수송량이 전쟁 전 수준에 근접했지만, 이란의 선박 공격이 재개되면서 주요 원유 운송로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약 125척의 대형 상선이 오가며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약 20%를 담당했다. 전쟁 발발 뒤 선박 운항이 급격히 위축됐고, 산유국들은 수출 물량을 다른 경로로 돌리거나 해협 안팎에서 환적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이 같은 우회 운송과 해협 통과가 늘면서 수출량은 9월 들어 반등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잠정 자료에 따르면 중동의 9월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약 1,633만 배럴로, 전쟁 발발 이후 가장 많았다. 다만 전쟁 전인 2월의 하루 약 1,951만 배럴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출은 8월 하루 약 245만 배럴에서 9월 약 540만 배럴로 늘었고, 아랍에미리트(UAE)도 수출을 확대했다.
9월 마지막 주에는 수송량이 전쟁 전 수준을 웃돈 날도 있었다. Kpler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중동 원유 수출은 해당 주 7일 가운데 나흘 동안 전쟁 전 수준을 넘어섰다. 다만 이 같은 회복은 해협 운항 위험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산유국들은 걸프만 안에서 원유를 실은 유조선을 해협 밖 대기 선박으로 보내 옮겨 싣는 ‘셔틀 운송’ 등 우회 방식을 활용해 왔으며, 이런 방식은 운항 비용과 시간이 더 들고 공격 위험에도 노출된다.
최근에는 선박을 겨냥한 공격과 위협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해상정보업체 마리스크는 9월 28일 이후 선박 공격 사례가 잇따랐다고 집계했다. 쿠웨이트의 초대형 유조선 ‘카지마 3호’도 10월 1일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발사체에 맞아 불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승무원들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 역시 10월 2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나 아덴만에서 하루 한 차례 이상 공격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WSJ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의 선박 공격 능력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이 지원하는 항로를 이용하지 말라고 선박에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분석가들은 공격 위협이 이어질 경우 하루 200만~300만 배럴의 수출 물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확정된 수출 감소량이 아니라 선박 운항 차질이 커질 때의 잠재적 영향에 대한 전망이다.
원유 수출이 일시적으로 회복되더라도 선사와 보험사들이 위험을 이유로 운항을 줄이면 공급은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 해협 통과와 우회 운송이 모두 위협받을 경우 중동 산유국의 수출뿐 아니라 국제 유가와 에너지 수입국의 비용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최근에는 수출 증가와 주요국의 비축유 방출이 시장의 단기 공급 우려를 누그러뜨렸지만, 선박 공격이 계속될 경우 이 같은 안정세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