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바이오전문매체 바이오센추리는 몇몇 전현직 미국 보건부(HHS) 직원의 말을 인용해 미국에서 AZ 코로나19 백신 승인이 지연될 수 있다고 전했다. AZ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FDA가 승인한 다른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FDA가 AZ 백신의 허가를 일부러 늦추진 않겠지만 앞서 승인했던 코로나19 백신들처럼 신속하게 사용을 승인하진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HHS 관계자에 따르면 앞서 FDA 허가를 받은 화이자, 모더나 그리고 얀센 백신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FDA의 기준을 충족하는 결과가 나오자 HHS가 나서서 해당 기업들에게 FDA에 긴급사용승인(EUA)을 신청 하도록 촉구했다. FDA 또한 해당 데이터를 검토하고 자문위원회를 소집해 며칠 안에 EUA을 허가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HHS는 이렇게 사용이 승인된 백신을 바로 자국민들에 접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FDA는 AZ 백신에 대해서는 임상시험 결과뿐 아니라 현재 유럽에서 논란이 됐던 혈전 발생에 대한 보고서 및 실제 접종 후 나온 자료도 함께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센추리는 앞서 FDA가 승인한 코로나19 백신 3종의 경우 전체 미국 인구가 접종받을 정도로 충분하기 때문에, FDA로선 이전처럼 신속하게 AZ 백신을 승인해야 한다는 부담이 덜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센추리는 특히 HHS의 관심의 초점이 소아·청소년들의 백신 접종이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에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AZ 백신 승인이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FDA가 AZ에 긴급사용승인이 아닌 정식으로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을 하도록 요청할 경우 승인은 훨씬 길어질 수 있다. FDA가 긴급승인을 허가하는 기준은 해당 제품의 효과나 혜택이 점재적인 위험보다 클 것으로 판단될 경우다. 반면 정식 품목허가는 적절하고 통제된 임상시험에서 상당한 안전성과 효능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승인이 가능하다.
코로나19 백신이 정식 BLA과정을 거칠 경우 FDA는 평균 6개월의 안전성 데이터와 백신 제조과정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도 함께 요구할 수 있다.
HHS 관계자는 최근 AZ가 미국 내 백신 생산 협력 업체를 새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AZ가 백신의 승인 신청서 제출을 스스로 연기할 수 있고, FDA가 심사에 들어가더라도 검토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앞서 AZ 백신과 얀센 백신을 위탁 생산하던 이머전트바이오의 생산시설에서 제조과정 중 실수로 1500만명분의 얀센 백신이 폐기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HHS는 해당 시설에서 얀센 백신만 생산하도록 하고 AZ 백신은 다른 곳에서 생산하도록 조치했다.
바이오센추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AZ 백신 접종 후 혈전 발생 사례도 FDA 승인 지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유럽의약품청(EMA)은 AZ 백신의 혈전 생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AZ백신 접종에 따른 혜택이 위험보다 크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EMA산하 약물부작용위험성평가위원회(PRAC)는 지난 7일(현지시간) 젊은 연령층에서 AZ 백신이 매우 드물게 혈전발생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인정하며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이 나타나는 현상을 AZ 백신의 부작용으로 등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방역당국은 지난 7일 60세 미만 연령에 대한 AZ 백신 접종을 보류했으나 오는 11일 백신 접종 재게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현재 AZ 백신 접종을 제한하고 있는 국가들은 영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호주, 필리핀 등 10여개 국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