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걸프만 핵심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하며 국제 에너지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봉쇄 대신 정유·LNG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경제적 고사’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1~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지의 주요 정유·가스 시설에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Saudi Aramco의 라스타누라 정유소는 드론 공격 이후 예방 차원에서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라스타누라는 하루 55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는 세계 최대급 정유 시설 중 하나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요격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으로 제한적 화재가 발생했으나 즉시 진압했다”고 밝혔지만 시장 불안은 확산됐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도 타격을 받았다. QatarEnergy는 라스라판과 메사이드 에너지 시설이 공격을 받아 LNG 생산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카타르는 세계 LNG 공급의 약 20%를 차지하며, 한국 역시 LNG 수입의 약 20%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다.
UAE 푸자이라 항구의 원유 시설에서도 드론 잔해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운영이 중단됐고, 쿠웨이트 아흐마디 정유소에서는 요격 과정에서 부상자가 나왔다. 이라크는 저장 공간 부족과 수출 차질을 이유로 원유 생산을 절반으로 줄였다.
에너지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경유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20% 이상 급등해 2022년 3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73달러선을 넘어섰다. 네덜란드 가스거래소의 천연가스 선물도 하루 40% 가까이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Strait of Hormuz의 물리적 봉쇄라는 고위험 카드를 꺼내는 대신, 걸프 국가들의 정유·저장·수출 시설을 정밀 타격해 장기적 경제 피해를 노리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보고 있다. 전면전 부담을 피하면서도 미국과 친미 걸프국에 경제적 비용을 극대화하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촉발됐으며, 걸프만 전체가 사실상 분쟁 지대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사우디는 자국 주재 이란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하는 등 외교적 대응에 나섰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상황을 ‘악몽의 시나리오’로 지칭하며, 에너지 가격 급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