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고율 관세를 통해 제조업을 되살리고 수입을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해 상품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무역적자는 소폭 줄었지만, 이는 서비스 흑자 덕분이었고 상품 분야 적자는 오히려 확대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공급망을 재편하고 수입 경로를 우회했지만, 생산시설을 대규모로 미국으로 이전하지는 않았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와 외국산 의약품 수요는 계속 증가해 교역 규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미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체 상품·서비스 수입은 전년 대비 4.7% 증가한 약 4조3000억 달러, 수출은 6.2% 늘어난 약 3조4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전체 무역적자는 약 9010억 달러로, 2024년의 9030억 달러보다 소폭 감소했다. 다만 12월에는 수입이 급증하고 수출이 감소하면서 무역적자가 전월 대비 32.6% 늘었다.
상품 부문만 보면 상황은 다르다. 2025년 상품 수입은 약 3조4400억 달러로 4% 증가했고, 상품 수출은 약 2조2000억 달러였다. 이에 따라 상품 무역적자는 1조2410억 달러로 확대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중국 수입은 약 30% 감소해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중국에 대한 수출도 줄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과의 무역적자는 2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축소됐다. 대신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 다른 국가와의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버나드 야로스는 관세 정책의 장기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관세 인상 직전 대량으로 확보한 재고가 소진된 이후 수입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일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1월 기준 평균 관세율은 16.9%로, 193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학자들은 무역적자가 반드시 경제 회복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세처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특별히 높지 않아 기업들이 공급망을 완전히 중국 밖으로 옮길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중국 기업은 동남아시아에 생산기지를 세워 우회 수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는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연구에 따르면 관세 부담의 약 90%를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물가 상승 폭은 일부 경제학자들이 우려했던 수준보다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농업 분야는 타격이 컸다. 중국의 보복 조치로 대두 수출이 급감하면서 2025년 미국 농가의 대두 수출액은 175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중국은 브라질 등 다른 국가에서 대두를 수입하며 미국산 의존도를 낮췄다. 미 행정부는 농가 지원금으로 120억 달러를 지급했지만, 장기적인 회복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전자제품과 반도체, 의약품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아시아와 유럽으로부터의 수입이 계속 증가했다. 이는 상품 무역적자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관세 정책의 합법성은 미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어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미국 경제의 수입 의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보다는, 무역 상대국을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제조업 부활과 무역적자 축소라는 목표가 실제로 달성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