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 이후 연방정부 주요 시설과 정책, 심지어 신무기 계획에까지 자신의 이름을 붙이면서 미국 사회에서 이른바 ‘개명 전쟁’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이던 2018년,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저택 마운트 버넌을 방문했을 당시 “물건에 이름을 붙여야 기억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재선 이후 그의 행보는 더욱 노골적이라는 평가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12월 워싱턴DC의 연구기관 미국 평화연구소를 ‘트럼프평화연구소’로 개칭했다. 같은 달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도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이름이 바뀌며 외벽에 트럼프의 이름이 추가됐다. 이후 일부 공연 단체들이 공연을 취소하며 반발했다.
공항과 철도역 명칭 변경 요구 보도도 나왔다. 지난 5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뉴욕-뉴저지 터널 건설 연방 지원과 관련해 워싱턴DC 덜레스 국제공항과 뉴욕 펜 스테이션에 트럼프 이름을 넣는 방안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정책과 군사 프로젝트에도 ‘트럼프’라는 이름이 붙고 있다. 저가 의약품 구매 웹사이트 ‘트럼프Rx’, 신생아 연방저축 계좌 프로그램, 차세대 해군 전함 ‘트럼프급’ 건조 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국립공원 연간 이용권과 기념 주화에도 트럼프의 초상이 포함되며 상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공공시설에 붙이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 1975년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을 연방 건물에 붙이려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과거 독재자들의 도시·시설 개명 사례와 비교하며 “전례 없는 자기 과시”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지명 나르시시즘’이라고 표현하며 정부 자산을 개인 브랜드처럼 활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명명 전략이 트럼프의 개인 브랜드를 강화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지속적인 정책 성과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