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차량 부품의 최소 70%를 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발 경쟁 심화 속에서 유럽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유럽 퍼스트’ 전략으로 해석된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산업 가속화법’ 초안을 마련했다. 해당 법안은 오는 3월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초안에 따르면, 국가 보조금을 받아 구매되는 신형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는 EU 내에서 조립돼야 하며,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부품의 최소 70%가 가격 기준으로 EU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 또한 배터리의 주요 구성 요소 일부도 EU 내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기술과 핵심 소재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고려하면 이 요건이 상당히 도전적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70% 현지 생산’ 기준은 아직 논의 단계로, 최종 확정 과정에서 일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법안에는 건설 분야도 포함됐다. 알루미늄 제품은 최소 25%, 플라스틱 제품은 최소 30%를 EU 내에서 제조해야 보조금 대상이 된다.
이 같은 현지 생산 비율 강화는 2조6000억 유로 규모의 EU 제조업 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광범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EU 제조업은 저가 중국산 제품 유입, 높은 에너지 비용, 엄격한 기후 규제 준수 부담 등으로 공장 폐쇄와 대규모 감원에 직면해 있다.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재생에너지 및 배터리·부품 공급업체들은 현지 생산 요건을 지지하는 반면, 완성차 업체들은 비용 상승과 행정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BMW는 규제 강화에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는 ‘메이드 인 유럽’ 체계를 통해 자발적 현지 부품 사용을 장려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기업들은 EU뿐 아니라 튀르키예, 영국, 일본 등 주요 교역 파트너까지 포함하는 확대된 현지 생산 기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