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도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미국 물가에 다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새해 들어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기업들은 관세 인상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보다 인력 감축이나 비용 절감, 공급업체와의 가격 협상 등을 통해 흡수해 왔다. 그 결과 물가 상승 대신 일부 고용 둔화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WSJ는 “비용 절감 여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기업들이 결국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 스트라우스 앤 컴퍼니, 향신료 업체 맥코믹 앤 컴퍼니 등 여러 기업이 최근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통상 연초는 가격 조정 시기이지만, 전자제품·가전·내구재 부문의 인상 폭은 예년보다 강하다는 평가다.
UBS 이코노미스트 앨런 데트마이스터는 “특히 전자제품과 가전제품 가격 상승률이 평년을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알베르토 카발로 교수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월 10일까지 가장 저렴한 수입품 가격은 지난해 11월 말 이후 2.3% 상승했다. 어도비 디지털 물가 지수도 1월에 12년 만에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자제품, 컴퓨터, 가전, 가구, 침구류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이었다.
기업들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쇼핑 시즌 동안에는 소비 위축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연말연시가 끝난 이후 본격적인 인상 흐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조사업체 비스티지 월드와이드가 600명의 창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절반 이상이 향후 3개월 내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약 70%는 4~10% 인상을, 10%는 10% 이상의 인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이러한 움직임이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아직까지는 인플레이션이 통제 범위 내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기업들의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향후 물가 지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