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한일 순방 목적이 ‘중국 견제’라는 것을 보여주며 동맹국을 중심으로 반중(反中) 세력 규합을 위한 명분쌓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회담(2+2) 일정 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2+2 회담에서) 중국 논의도 (있었다)”며 “우리는 중국이 약속을 일관되게 어겼음을 분명히 인지하며,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어떤 행위를 낳고 있는지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의 행동으로 동맹 간에 공통된 접근을 펴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인권 후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버마(미얀마)에서 군부가 평화시위대를 무참히 짓눌러 민주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다”며 “중국의 반(反)민주주의적 행동에 대항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도 ‘반인권·반민주세력’을 언급하며 중국과 미얀마, 북한을 싸잡아 비판했다.
특히 중국을 향해 “홍콩 경제를 조직적으로 잠식하고 대만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면서 “티베트의 인권을 유린하는 등 남중국해 지역에서 영토 주장을 하며 침해를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이날 북한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을 설득해 비핵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북한과 독특한 관계를 가진 게 중국”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라 완전히 이행할 책임이 중국에도 있다”며 “중국에 대해 할 몫을 다하라는 것이고 그것이 모두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의 ‘중국 때리기’는 반민주주의·반인권적 행위에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이 적극 동참해줄 것을 의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최근 ‘잠정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라 명명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인간의 존엄성을 옹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사실상 대중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참여 협의체)의 첫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강조하며 대중견제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한 쿼드 확장 의사도 피력했다. 쿼드 4개국 정상들은 지난 14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문을 게재하고 “모든 이들과의 협력할 기회를 환영하고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본격 ‘동맹국 단속’에 나섰다. 미 국무·국방장관을 일본과 한국에 보내면서다. 특히 이들은 방일·방한 일정에서 ‘한미일 3각 공조’를 계속해서 강조했다. 이를 두고 대중견제 전선 구축에 있어 기반을 다지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알래스카 앵커리지로 떠난다. 18일(현지시간) 열리는 미중 고위급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회담에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함께하고 중국 측에서는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한다.
이번 회담은 미중 간 ‘기싸움의 장’이 될 전망이다. 특히 동맹국과의 협력을 도모한 미국이 좀 더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 관계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본격화한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자신들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블링컨 장관과 설리번 보좌관이 “우리를 분열시키기 위해 과거 중국이 했던 게임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