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골프의 선구자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최경주(51·SK텔레콤)가 미국 무대를 누빈 지도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8승을 올리는 등 이미 빛나는 이정표를 세운 그이지만, 최경주는 여전히 멋진 발자국을 더 남기기 위해 건강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경주는 2020년 만 50세가 되면서 PGA 챔피언스투어에 나설 수 있는 자격이 됐다. 챔피언스투어는 1980년 창설, 만 50세 이상의 선수들이 겨루는 대회다. 왕년의 스타들을 볼 수 있는 색다른 재미가 있는 투어다.
최경주는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챔피언스투어 대회에 출전했다. 가장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자신감도 넘쳤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챔피언스투어에 8번 출전했지만 공동 6위가 최고 성적이었고 아직 우승은 기록하지 못했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최경주는 최근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솔직히 쇼크를 받았다. 챔피언스투어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상위권에 있는 12~13명의 형님들은 여전히 공도 멀리치고 과거 PGA투어에서 한가닥했던 기량이 남아있었다”며 “섣불리 준비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각오를 다시 다졌다”고 말했다.
그는 “공을 컨트롤하거나 이런 부분은 잘 된다. 다만 퍼팅과 숏게임이 조금 약했던 것 같다. 기본적인 샷은 문제가 없는데 좀 더 보완할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챔피언스투어에 나가면서 과거 PGA투어에서 함께 활약했던 선수들과 다시 만난 것도 의미가 있었다. 어니 엘스, 톰 카이트 등 과거 함께 PGA투어에서 경쟁했던 선수들은 최경주의 챔피언스투어 입성을 환영해주기도 했다.
최경주는 “PGA투어와 달리 챔피언스투어는 경쟁보다 서로를 독려해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환영을 받았다. 상위 10여명의 선수들은 우승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경쟁심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삶에 대한 여유나 노후 대책 등을 이미 갖춘 선수들이라 단순한 결과보다는 자존심이 더 큰 문제인 것 같다”며 “스스로의 기량을 유지하고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경쟁보다는 같이 격려해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챔피언스투어 출전에 만족하지는 않는다. 매년 1승 정도는 올리고 싶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최경주는 “매년 1승은 하고 싶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60세 전까지는 매년 우승하면 좋을 것 같다”고 뜨거운 열정을 밝혔다.
◇도쿄올림픽 남자 대표팀 감독…”꼭 메달 딸 것”
최경주는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남자대표팀을 이끌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떠안았다.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감독으로 참가하게 됐다.
최경주는 “일단 선수들이 결정돼야 한다. 어떤 선수가 뽑혀도 믿음직스럽다. 일본에서 열리니까 아시아의 기를 받아 충분히 메달 획득이 가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골프 프로들은 대부분 개인적으로 활동을 하는데, 올림픽은 국가의 명예를 걸고 하는 것이다. 감독으로서 아름답게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돕고 반드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 선수 중에서는 세계랭킹 20위 이내에 자리, 한국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은 임성재(23·CJ대한통운)의 올림픽 출전이 가장 유력하다. 임성재를 제외한 남은 자리는 아직 어떤 선수가 차지할지 불투명하다.
최경주는 임성재에 대해 “성실함이 장점”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는 “(임성재는) 해야 할 하루 연습량을 포함해 자신이 꼭 해야 할 것을 잘 지킨다. 그러니 경기력도 꾸준한 것”이라며 “생활과 몸 관리를 잘하고 꾸준히 성실하게 훈련한다면 오래오래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덕담했다.
◇아직 PGA투어에 미련…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다시 나가고 싶어
PGA투어에서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한 지도 어언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는 이제 챔피언스투어에서 뛰고 있으며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타이틀로 후배들도 이끄는 위치다. 그럼에도 최경주는 여전히 PGA투어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최경주는 “챔피언스투어는 언제든지 갈 수 있다. 아직은 PGA투어에 미련이 남아있다. 올해도 90% 정도를 PGA투어에서 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도 배가 고픈 것 같다. 신체적으로는 30~40대 보다 떨어지고 연습량도 예전보다 줄었다”면서도 “그래도 그동안 해온 노하우가 있다. 에너지를 잘 분배해서 사용하고 효과적으로 연습을 한다. 여기에서 조금 더 집중해 퍼팅이나 숏게임이 보다 강해지면 우승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PGA투어에서의 목표는 페덱스컵 랭킹 125위 안에 들어 다음시즌 출전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최경주는 “앞으로 12개 대회에 출전하는데 그중에서 톱10을 2번, 톱25에 3번 들어가야 한다. 쉽지 않다”면서도 “그래도 좋아하는 코스나 예전에 우승했던 코스 등에서 톱5에 드는 등 한 주 정도만 잘하면 125위에 드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궁극적으로 ‘PGA투어에서의 멋있는 마무리’를 원한다고 했다. 그에게 ‘멋있는 마무리’는 PGA투어 시드를 유지하며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경주는 “최근 4년째 부상 등의 이유로 페덱스컵 랭킹 200위권에 머물렀다. 회복해야 한다”며 “현재 200위권이라 하더라도 한 경기만 잘 치면 쭉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에 PGA투어 출전권을 확보한 뒤 최경주는 2022년에는 ‘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최경주가 지난 2011년 PGA투어에서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대회이기도 하다.
최경주는 “125위 안에 들어 내년에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꼭 출전하고 싶다. 그곳은 장타자에게 유리하기도 하지만 단타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며 “이래서 꼭 내년에도 출전권을 유지하고 싶다. 그것이 내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