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은을 중심으로 이어지던 귀금속 랠리가 플래티넘(백금)까지 확산되며 귀금속 시장 전반이 사상 최고치 행진에 들어섰다. 은은 역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70달러를 돌파했고, 금과 플래티넘 역시 나란히 최고가를 새로 썼다.
23일(현지시간) 국제 은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3% 급등한 온스당 71.06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71.08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제이너 메탈스의 피터 그랜트 부사장은 5년 연속 이어진 구조적 공급 부족과 태양광·전자·전기차 등 산업용 수요 급증을 은 가격 급등의 핵심 배경으로 꼽았다. 시장에서는 다음 목표가로 75달러가 거론되지만, 연말을 앞둔 차익 실현 매물로 단기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금 현물은 0.8% 오른 온스당 4478.52달러에 마감했고, 장중에는 4497.55달러까지 치솟아 450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금 매입을 늘리는 흐름이 장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SP 엔젤 분석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향후 10년간 지속될 경우 금 가격이 5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정학적 불안도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해상 봉쇄와 군사적 압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 회피 심리가 다시 고개를 들었고, 그 자금이 금과 은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백금족 금속도 폭등세에 합류했다. 플래티넘은 하루 만에 6.4% 급등해 온스당 2255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팔라듐도 5.7% 오른 1859.38달러로 3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연합이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자동차 촉매 변환기에 사용되는 백금족 금속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미쓰비시 측은 이를 두고 “백금족 금속 수요에 스테로이드를 주사한 격”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달러 인덱스가 소폭 하락한 점도 귀금속 랠리에 힘을 보탰다.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 달러로 거래되는 귀금속 가격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면서 해외 자금 유입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시장에서는 공급 제약과 산업 수요, 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는 현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며, 귀금속 강세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