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 심리가 연말 쇼핑 시즌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12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5개월 연속 하락하며 올해 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노동시장에 대한 인식 악화가 소비 심리를 짓눌렀다는 분석이다.
23일(현지시간) 콘퍼런스보드는 12월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가 89.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월 수정치 92.9에서 크게 떨어진 수치로, 4월 이후 최저치다. 소비자 신뢰지수는 가계의 소비 여력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선행 지표로, 향후 소비 지출과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이번 조사에는 연간 소매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연말 휴가철 쇼핑 기간이 포함됐음에도 지수는 반등하지 못했다. 11월 수치가 연방정부 셧다운 종료 영향으로 상향 조정됐지만, 12월 들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데이나 피터슨 콘퍼런스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신뢰는 올해 1월 정점 대비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특히 노동시장에 대한 인식이 눈에 띄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자리가 ‘풍부하다’고 답한 비율은 26.7%로 전월보다 낮아졌고, ‘구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20.8%로 상승했다. 향후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본 응답도 27.4%로 늘어, 고용 전망에 대한 불안이 확산된 모습이다.
단기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기대 지수는 70.7로 전월과 같았지만, 11개월 연속 경기침체 신호로 여겨지는 ‘80 이하’ 구간에 머물렀다. 현재 사업·노동시장 여건을 평가하는 현재 상황 지수는 한 달 새 9.5포인트 급락한 116.8을 기록했다.
다만 물가와 정치 상황에 대한 부정적 언급은 다소 줄었고, 금리에 대한 인식은 일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용 시장이 추가로 약화될 경우 소비 위축이 본격화될 수 있다”며 내년 초 미국 경기의 최대 변수로 노동시장을 지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