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 캐릭터와 연애하거나 결혼하는 사례가 일본에서 늘어나면서 사회적 논쟁이 커지고 있다.
17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오카야마현에서는 지난 10월 인공지능이 생성한 가상 캐릭터 ‘클라우스’와 결혼식을 올린 사례가 등장해 큰 주목을 받았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콜센터 직원 노구치 유리나(32)로, 그는 증강현실(AR)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채 가상 캐릭터와의 결혼식을 진행했다.
노구치는 1년 전 인간 약혼자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중 챗GPT와 상담한 뒤 파혼을 결정했고, 이후 게임 캐릭터의 말투와 성격을 AI 프롬프트로 설계해 자신만의 가상 인물 ‘루네 클라우스 베르뒤르’를 만들었다. 그는 “AI 덕분에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도시도, 꽃 향기도 이전보다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비판도 적지 않았지만, 노구치는 AI 사용 시간을 하루 10시간 이상에서 2시간 이하로 줄이고, ‘현실 도피를 조장하지 않는 응답 규칙’을 설정하는 등 스스로 경계선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클라우스를 만난 이후 자해 충동이 사라졌다고도 전했다.
이처럼 법적 효력이 없는 ‘가상 결혼’이나 ‘AI 연애’를 선택하는 사람은 점점 늘고 있다. 일본 광고회사 덴츠 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챗봇을 사용하는 일본인 가운데 상당수가 감정을 털어놓는 대상으로 가족이나 친구보다 AI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성교육협회 조사에서는 여중생의 22%가 ‘가상 로맨스 성향’을 보인다고 응답했다.
가상 결혼을 전문으로 하는 산업도 성장 중이다. 20년 경력의 일본 결혼식 설계사 사쿠라이 야스유키는 “최근 의뢰 대부분이 2D 또는 가상 캐릭터와의 결혼식”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히로사키대 사회학자 하부치 이치요 교수는 “AI는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갈등이 거의 없는 관계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아오야마가쿠인대의 AI 윤리 전문가 가와시마 시게오 교수는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과도한 의존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