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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사설/칼럼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김명희, 독자 몽고메리 여성 문학회

앨라배마 타임즈 | Alabama Korea Times by 앨라배마 타임즈 | Alabama Korea Times
12월 8, 2025
in 사설/칼럼
0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남편은 TV와 연결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느라 한참을 끙끙거리다가 결국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들이 설명하는 말을 몇 번이나 되물으며 겨우 문제를 해결하는 그의
모습이 왠지 낯설어 보였다. 젊은 시절 누구보다 기계에 밝았던 그도 점점 나이가 들어
가면서 변하는 모습에 애잔함이 느껴졌다.
내가 아는 남편은 분명 얼리 어답터였다. 새로운 전자제품이 나오면 남들보다 먼저
사서 기능을 익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비디오, 컴퓨터, 카메라, 휴대전화까지
호기심이 많은 그에게 이 말만큼 정확한 표현도 없었다. 1980년대 후반, 컴퓨터가 막
보급되던 시절 그는 프로그래밍을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남들보다 먼저 사용해보고
능숙하게 다루는 일이 그의 자부심이자 즐거움이었다.
여행을 할 때면, 무거운 비디오 카메라 가방을 들고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한
장면이라도 더 찍겠다고 분주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여기 보세요!” 하는 그의 목소리는
오래된 영상속에 지금도 생생하게 들린다. 돌아보면 그런 그의 모습이 나를 힘들게 할
때도 있었지만, 그 열정 덕분에 우리 가족의 많은 순간들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얼마
전에는 한국에서 조카가 방학을 맞아 놀러 왔다. 그는 새로 산 디지털 카메라로
아이들과 조카의 사진을 열심히 찍어 CD에 담아 선물했다. 한국에서 그 영상을 본 동생
부부가 감탄하며 전화까지 했으니, 그 칭찬에 남편은 아마도 큰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그와는 정 반대로 나는 철저한 기계치다. 네비게이션 쓰는 것조차 어색하고
서투르다. 아들 시험장에 혼자 데려다 줘야 했던 날에는 남편과 미리 답사를 다녀올
정도였다. 그런 내 모습에 이웃들은 “운전도 잘 하면서 왜 그러세요. 네비게이션 믿고
가면 돼요.” 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저 기계가 낯설다. 꼭 필요한 기능만
겨우 익혀 쓰는 정도다. 남편이 워낙 먼저 나서서 해결해주다 보니 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아온 탓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신형 전화기가 나와도 나는 바꾸기를 꺼린다.
어쩔 수 없이 바꾸면 새로운 기능에 적응하기까지 한참이 걸린다. 남편은 기본적인 것은
익혀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며 조목조목 설명하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선 늘 생각이
달랐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남편도 변해가고 있었다. 예전처럼 빠르게 이해하고 반응하던
손놀림이 둔해 지고, 스마트폰을 다루는 것도 예전만큼 민첩하지 않았다. 얼마 전 아들
가족과 해외여행을 갔을 때, 주차부터 결제까지 많은 것이 휴대폰으로 진행되어
당황하기도 했다. 시대는 너무 빨리 바뀌었고, 우린 더 이상 빠른 변화에 따라가기가
힘에 부쳤다. 이제는 아이들의 보호자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의지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 변화가 낯설고, 순간순간 자존감이 흔들리기도 했다.
요즘 나는 뒤늦게 컴퓨터 자판을 익히고 이메일을 사용하며 문명과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남편은 여전히 나의 선생님이자, 마음속의 ‘얼리 어답터’다.
문득 생각해보면, 남편이 좋아하던 세계에 내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얼마 전 가까운 이웃이 “리모콘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남편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한탄하듯 말했을 때, 순간 내 이야기 같아 웃음이 났다. 그러고 보니 남편도 이런 나를
보며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의 세계에 조금
더 관심을 보이며 다가가고 싶다. 약해져 가는 남편의 관심사에 내가 작은 불씨가 되어
줄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지난 시간에 남았던 아쉬움이 조금은 덮여질 것 같다.
이제는 신세대의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남편이 예전처럼 무언가를 배울 때
반짝이던 눈을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한다. 그리고 나 역시 그의 곁에서 조금씩 배우며
함께 발맞춰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에 맞는 속도로 나란히 걸으며 계속
성장해가는 동반자의 모습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앨라배마 타임즈 | Alabama Korea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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