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에서 가장 오래된 주거 지역 중 하나인 코티지 힐(Cottage Hill)에 한동안 방치돼 있던 건물이 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힐톱 퍼블릭하우스(Hilltop Public House)’는 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이자 모임 공간이 되는 독특한 커뮤니티 허브로 자리 잡았다. 이 공간이 탄생한 과정과 그 뒤에 숨은 철학은 Alabama Daily News의 보도에 따르면 단순한 상업 프로젝트가 아니라 ‘도시를 떠나는 대신 머물러 변화를 만들자’는 두 청년의 결심에서 출발했다.
힐톱을 공동 설립한 앤드류 시만스키(Andrew Szymanski)는 2019년만 해도 알라바마를 떠나는 것을 고민하고 있었다고 회상한다. 활기찬 야간 문화, 다양한 여가 시설 등 도시적 요소를 찾아 떠난 주변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몽고메리는 자신에게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끼던 시기였다. 그러나 오랜 친구이자 현재의 공동 창업자인 윌(Will)과의 대화가 상황을 바꿨다. “다들 떠난다고만 하지만, 우리가 머물러서 그런 공간을 직접 만들면 어떨까?”라는 질문은 결국 두 사람의 인생 방향을 전환시켰다.
이 결정은 두 가지 큰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코티지 힐의 오래된 상업 건물을 직접 재생하는 작업, 그리고 지역 보행 인프라 개선을 위한 비영리 단체 ‘리버 리전 트레일스(River Region Trails)’ 설립이다. 두 사람은 2020년 초 건물을 매입했지만 바로 이어진 팬데믹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전기와 수도조차 없는 낡은 건물에서 철거, 보수, 배관 공사 등을 모두 지역 장인과 함께 직접 진행하며 수개월의 시간을 버텨야 했다. 그 과정 자체가 결국 이 공간을 ‘노동과 애정의 산물’로 만들었다.
힐톱 퍼블릭하우스는 영국 시골의 퍼블릭하우스 개념에서 영감을 받아 하루 종일 문이 열려 있는 지역 사랑방으로 운영된다. 아침 6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하며, 코티지 힐 주민들이 일상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주말에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축구 중계를 틀어 놓고, 천장에는 다양한 팀의 머플러가 걸려 있다. 화요일에는 퀴즈 나이트, 수요일에는 오픈 마이크 공연 등 자발적인 지역 커뮤니티 활동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주민 모임의 중심이 됐다.
이 공간이 있는 건물의 역사도 흥미롭다. 1920년대 초반 지어진 이 건물은 수십 년 동안 애셔스트(Ashurst) 가족이 운영하던 동네 잡화점이었다. 당시 주인의 아들은 1960년대 투표권 행진이 몽고메리를 지날 때, 폭력 사태를 우려해 가족이 매장 안에 모여 있었던 기억을 전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평화롭게 노래하며 지나가는 군중을 본 가족은 즉석에서 가게 문을 열고 음료를 판매하며 행진 참가자들을 맞아 주었다고 한다.
힐톱 운영진은 그 역사적 의미를 존중하면서도 현대적인 협업 방식을 도입했다. 자체 주방을 새로 만들지 않고 지역 셰프와 협력해 푸드트럭을 상시 운영하며 공간을 공유한다. 이는 지역 창업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힐톱 방문객에게는 독창적인 식문화를 제공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시만스키는 “몽고메리는 종종 ‘할 수 없는 도시’로 언급되지만, 사실은 어떤 미래든 만들어 갈 수 있는 도시”라며 “우리가 머물기로 결정한 이유도 바로 그 가능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힐톱 퍼블릭하우스는 단순한 카페나 바가 아닌,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