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바마 주정부가 공영방송 Alabama Public Television(APT)의 PBS 탈퇴 논의를 두고 공식적으로 개입에 나섰다. 최근 보수층을 중심으로 PBS 콘텐츠가 ‘앨라바마 가치’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지자, 주지사 케이 아이비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성급한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담은 서한을 17일 APT를 관할하는 앨라바마 교육 텔레비전위원회(Alabama Educational Television Commission)에 전달했다. 이 내용은 지역언론 Yellowhammer News(YHN) 등 미국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아이비 주지사는 서한에서 “나는 인간 생명의 존엄·종교적 자유·반(反)DEI·반CRT 등 앨라바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APT의 프로그램 역시 이러한 앨라바마의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곧바로 “그와 동시에 국정 운영은 절차적 정당성과 질서가 중요하며, 이번 사안은 충분한 논의와 주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PT 이사회는 최근 PBS와의 관계를 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PBS와 결별할 경우 ‘세서미 스트리트’, ‘다니엘 타이거’, ‘NOVA’, ‘PBS 뉴스아워’ 등 장기간 교육·아동 프로그램의 대다수가 APT에서 빠지게 된다. 위원회 일부 인사는 “PBS가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다”며 탈퇴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아이비 주지사는 구체적으로 두 가지 절차적 조치를 요구했다.
첫째, 앨라바마 주민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여론조사 실시.
그는 “APT의 법적 책무는 교육 방송의 필요성을 조사·평가하는 것”이라며 “탈퇴 논의는 단편적 설문이 아니라 장기간의 여론 추세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데이터 검증을 위해 “독립적인 시장조사 기관을 통한 객관적 조사”를 주문했다.
둘째, PBS 탈퇴 이후를 포함한 구체적 계획 수립.
아이비 주지사는 “APT는 주법상 ‘교육적 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탈퇴를 결정하기 전, 왜 탈퇴하는지·탈퇴 후 어떤 방식으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지에 대한 상세한 계획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서 역시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장기간 공개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공영방송 예산 축소 정책도 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공영방송 NPR과 PBS의 ‘좌성향’ 보도를 문제 삼아 연방정부 지원금이 대폭 삭감되면서 APT 역시 280만 달러 이상의 지원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위원들은 이를 근거로 “PBS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APT가 PBS와 결별할 경우 전체 편성의 90%를 새로 확보해야 해, 프로그램 개편 및 기부·회원 유지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아이비 주지사 역시 “주지사로서 공영방송 운영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해하지만, 공영방송 운영 여부는 입법부가 판단할 사안이며 그전까지는 현재 법률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APT 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버밍햄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