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생전에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성년자 성착취 피해자와 “수 시간 함께 있었다”는 내용이 드러나면서, 엡스타인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 온 ‘엡스타인과 절연했고 어떤 부적절한 행동도 없었다’는 설명과 충돌하며 진실 공방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미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2일(현지시간), 엡스타인이 공범이자 여자친구였던 기슬레인 맥스웰과 작가 마이클 울프에게 보낸 이메일 3통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이 이메일들이 “트럼프가 엡스타인의 범죄를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엡스타인은 2019년 미성년자 성매매 및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돼 구치소에서 재판을 기다리던 중 사망했다. 그가 울프에게 2019년 1월 31일 보낸 이메일에는 “트럼프는 그 소녀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 기슬레인에게 그만두라고 말했으니까”라는 문장이 포함돼 있다. 또 2011년 맥스웰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트럼프가 피해자로 지목된 소녀와 “몇 시간씩 함께 있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엡스타인 유족에게 올해 초 자료 제출을 요구해 해당 이메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무부에 엡스타인 사건 관련 자료를 전면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으며, 하원 차원에서 전체 파일 공개 표결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즉각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민주당이 셧다운 대응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엡스타인 사기극을 꺼내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도 “이 이메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다”며 민주당이 “선택적 자료 유출로 가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 한때 친분이 있었지만 이후 결별했다고 주장해왔으며, 관련해 형사 혐의를 받은 적은 없다. 그러나 이번 이메일 공개로 엡스타인–트럼프 관계를 둘러싼 의혹은 다시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