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관세 속 ‘현지 생산·고용 성과’ 강조…트럼프 행정부 통상 압박에 대응 포석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에 앞서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방문해 현지 생산 현황을 직접 점검했다. 이는 강화된 대미(對美) 관세 여파 속에서 미국 내 고용과 투자 성과를 부각해 통상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16일 오전 일본 도쿄 일정을 마친 뒤 곧바로 미국으로 이동했으며,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글로벌 기업인 모임에 참석하기 전 HMGMA를 먼저 방문했다.
HMGMA는 연간 30만대 규모의 완성차 생산시설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핵심 생산 거점 중 하나다. 울산, 앨라배마, 체코에 이어 그룹의 미래 전략을 상징하는 플랜트로 꼽힌다.
정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현지 생산 효율성, 공급망 안정성, 인력 운용 상황 등을 직접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의 관세 강화 조치로 수익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현지화·고용 창출 성과를 직접 강조해 향후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 대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정 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배터리 셀 공장을 함께 점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공장은 최근 이민 당국 단속 여파로 일부 인력 운용이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 회장이 직접 직원들을 격려하고 생산 안정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 조지아 공장을 찾은 것은 현지 생산 의지와 미국 내 투자 성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메시지”라며 “이 방문은 향후 관세 완화와 보조금 협상에서 실질적 결과를 끌어내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하는 이번 마러라고 리조트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한국 주요 그룹 총수들이 참석한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플로리다로 이동하기 전 워싱턴DC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무역 협상 현황을 논의하며 한국 재계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